쳐다보다·내려다보다·바라보다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우리는 사물을 볼 때 대상이 위에 있으면 쳐다보고 아래에 있으면 내려다본다. 이렇게 바라보는 대상이 보는 사람의 ‘위’냐 ‘아래’냐에 따라 쳐다보거나 내려다보는데 이를 별 생각이 없이 사용하다보니 ‘내가 땅 아래를 쳐다본다.’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왜 ‘아래를 보는 것’을 ‘쳐다보다’로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은가를 살피는 것은 우리에게 ‘쳐다보다’와 ‘내려다보다’의 사용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쳐다보다·내려다보다·바라보다’의 차이를 ‘표준국어대사전’의 의미와 용례를 빌어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쳐다보다’는 ‘⓵ 위를 향하여 올려 보다. ⓶ 얼굴을 들어 바로 보다. ⓷ 어떤 대상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바라보다.’의 의미를 지닌다. 기본적인 의미인 ⓵의 의미대로라면 ‘위를 향하여 올려 보다.’의 경우에만 사용하겠으나 말이란 것이 다른 의미로도 쓰이는 것이기에 ⓶나 ⓷의 의미로도 사용하는 것이다. ⓶의 의미로 사용되는 ‘창밖을 쳐다보다.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다. 버스 안의 손님들이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는 경우나 ⓷의 의미로 사용되는 ‘없는 살림에 남편만 쳐다보고 살 수 없다.’와 같은 경우도 보는 동작의 주체[보는 사람]가 물리적이나 심리적으로 쳐다보는 대상[창밖, 그, 남편]보다 위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경우이다.
‘내려다보다’는 ‘⓵ 위에서 아래를 향하여 보다. ⓶ 자기보다 한층 낮추어 보다.’의 의미를 지닌다. 기본적인 의미인 ⓵의 의미대로라면 ‘쳐다보다’의 경우와는 반대의 방향에서 보는 것인데 ⓶의 의미로 쓰인 경우는 ‘그는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면 누구나를 막론하고 내려다보는 습성이 있다. 돈이니 명예니 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내려다보고 살기로 결심했다.’와 같다. 이 경우에도 ‘쳐다보다’의 경우처럼 바라보는 동작의 주체가 보는 대상[어린 사람, (동작의 주체가 처한 세상보다 아래 수준의) 세상]보다 ‘아래’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바라보다’는 ‘⓵ 어떤 대상을 바로 향하여 보다. ⓶ 어떤 현상이나 사태를 자신의 시각으로 관찰하다. ⓷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일에 기대나 희망을 가지다. ⓸ 어떤 나이에 가깝게 다다르다.’의 의미를 지닌다. 기본적인 의미인 ⓵의 의미대로라면 ‘바로 향하여 보다.’의 경우에만 사용하지만 ⓶의 의미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 준다. 문학 작품은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을 보여 준다.’, ⓷의 의미인 ‘그는 사장 자리를 바라보고 열심히 일한다. 현실에만 급급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며 살자. 그 홀어머니는 오직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산다.’와 ⓸의 의미인 ‘여든 고개를 바라보는 고령. 어느새 내 나이도 중년을 바라본다.’ 등의 경우도 ⓵의 경우와 크게 다름을 찾을 수 없이 ‘바로 향하여 보다.’의 의미와 별다르지 않다.
‘쳐다보다, 내려다보다, 바라보다’는 ‘쳐다-보다. 내려다-보다. 바라-보다’와 같이 ‘보다’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 ‘쳐다보다, 내려다보다’가 보는 동작의 주체(보는 사람)가 동작의 대상보다 위냐 아래냐의 관계에서 사용된다면 ‘바라보다’는 위아래 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것이다. 대상이 위에 있던 아래에 있던 보는 동작의 주체가 대상의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대상이 위에 있거나 위라고 여길만한 상황이면 쳐다보고, 대상이 아래에 있거나 아래라고 여길 상황이면 내려다보는 것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