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사냥? -고사리 꺾기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툭툭 손맛에 취해 낭패 본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고사리 사냥 (https://news.v.daum.net/v/20200412132153391)”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고사리 사냥’이란 표현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고사리는 식물’이라는 생각이다. 식물인 고사리를 동물로 잘못 알고 기술하지 않았다면 기자는 ‘사냥’을 채취의 의미로 사용하였을 것인데 이런 기사 제목은 언어의 사용을 폭넓게 인정해도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채취’는 ‘식물이나 광물 따위를 찾아 베거나 캐거나 하여 얻어 내는 행위’를, ‘사냥’은 ‘도구를 사용하여 산이나 들의 짐승을 잡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천렵’은 ‘내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이니 ‘사냥’의 의미에 보충될 수 있을 것이다. 사냥은 ‘붙들어 손에 넣다. 짐승을 죽이다.’의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식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식물이나 광물을 자연에서 얻어내는 것은 채취라 하는데 작은 동물의 경우에는 사냥이란 말 대신 ‘어패류 채취’와 같이 ‘채취’란 말을 사용하고, ‘지문 채취, 민요 채취’와 같이 ‘연구나 조사에 필요한 것을 찾거나 받아서 얻다.’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식물을 ‘채취’하는 행위와 관련되는 동사 중에서 ‘꺾다, 따다, 뜯다, 베다, 캐다’의 의미 차이는 다음과 같다.
‘꺾다’는 ‘길고 탄력이 있거나 단단한 물체를 구부려 다시 펴지지 않게 하거나 아주 끊어지게 하다.’는 의미인데 고사리는 땅위로 길게 올라 온 부분을 꺾어서 취하니 ‘고사리 꺾기’라 표현한다. ‘고사리꺾기(고사리꺾기놀이)’란 놀이도 있다.
‘따다’는 ‘붙어 있는 것을 잡아떼다.’는 의미로 ‘토마토를 따다, 해초를 따다, 죽순을 따다, 두릅을 따다.’와 같이 쓰인다.
‘뜯다’는 ‘털이나 모여 나는 풀 따위를 뽑거나 떼다.’는 의미로 ‘쑥을 뜯다. 정월 대보름에 쓰려고 나물을 뜯어서 말렸다.’처럼 쓰인다.
‘베다’는 ‘날이 있는 도구로 끊거나 자르거나 가르다.’는 의미로 ‘벼를 베다. 풀을 베다. 부추를 낫으로 베다 ’와 같이 쓰인다.
‘캐다’는 ‘땅속에 묻힌 광물이나 식물 등을 파서 꺼내다.’는 의미인데 ‘달래, 냉이, 마, 고구마, 감자, 토란 등의 땅속에 묻힌 부분(땅속줄기, 뿌리)을 채취’할 때 ‘00를 캐다’라 말한다. 강릉 방언은 ‘감자를 캐다’를 ‘감자를 파다.’라 표현하는데 ‘캐다’가 땅을 파서 꺼내는 행동이니 ‘감자를 파다.’는 ‘꺼내다’의 행위보다 ‘파다’의 행위를 주된 행위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언어생활에서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인다. 조금 적절한 어휘보다 매우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사리를 사냥했다.’는 표현에서 ‘사냥’이란 말보다는 ‘고사리 꺾기’처럼 ‘꺾기’가 훨씬 적절한 표현이다. ‘고사리 사냥, 고사리 포획, 고사리 취하기 등’으로 표현하면 이해가 어려워진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