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김정은의 초대장

관리자 승인 2018-02-12

 

文대통령 딜레마인가 횃불인가


                                                                                                                              

지난 10일 북한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내민 ‘평양 정상회담 초청장’에 文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올림픽 이후 우리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압박이 예고된 상황에서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文대통령이 김여정에게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북‧미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하고, 11일 저녁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장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말한 것을 볼 때 ‘평양 정상 회담’에 적극적으로 응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평창올림픽을 미소(smile) 외교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북한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며 평창 이후를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비 논의’ ‘대북 제재 완화와 지원 요청’ ‘한‧미 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경우 文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文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 초청’에 즉답을 하지 않고 일정 부분 사전에 ‘북쪽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상황이 난맥으로 흐를 경우 ‘북한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文정부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평창 올림픽 이후 한국과 미국 중 ‘누가 선제적인 작품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미국이 먼저 혁신적인 ‘추가 압박’과 ‘한‧미 군사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한 역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평양회담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반면에 文정부가 먼저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을 잡고 나감으로써 국내외의 눈을 ‘제재’보다 ‘회담’쪽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면 미국은 이번 평창 올림픽 때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文대통령에게는 그야말로 불씨를 횃불로 일으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평창 올림픽을 ‘핵 있는 평화’의 최대 기회로 삼고 있다. 다른 모든 실력자들을 제쳐놓고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파견한 것은 김정은 자신도 현 북한의 경제 위기를 위기로 느끼고 타개해 보려는 것에 기인한다. 그것은 김여정이가 지닌 무게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남한에 와서 틀에 박힌 언행으로 일관하지 않고 뭔가 풀어보려고 나름대로 조치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피붙이로서의 무게감’과 동시에 ‘권좌를 넘볼 수 없는 여동생으로서의 자유함’이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이가 특사로 파견될 수 있었던 데는 남한의 언론이 한몫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남한의 언론은 특사 후보로 북한의 실력자들과 김여정이를 한데 묶어 회자시키고 오히려 김여정을 더 무게감 있게 특필했다. 김정은은 ‘오빠의 꽃다발이나 들고 다니던 여동생 김여정’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여정이가 임종석 실장과의 만찬에서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되리라 생각 못했다”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갑자기 발탁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는 ‘핵 없는 한반도’를 지향한다. ‘핵 없는’ 대신에 ‘핵 동결’로 타협하자는 인사들도 있지만 그것은 북한이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청와대도 ‘핵 없는 한반도’를 원하지만, 북한이 일단은 ‘핵 동결’이나 ‘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는 성의 표시를 한다면 미국을 설득해 정상회담을 갖고자 할 것이다. 국민들도 바로 얼마 전의 심각하게 불안한 상황보다는 ‘동결과 중단’ 정도의 수준으로 평화를 얻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그 이후는 이후 세대들의 몫으로 돌리면서 말이다.

 

그러면 한반도에는 휴전선이 하나 더 생기게 된다. 6‧25 직후 ‘전쟁을 일단 멈추자’며 만든 휴전선에다가 평창 올림픽 이후 ‘핵과 미사일을 일단 멈추자’며 새로운 휴핵전선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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