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7. 이충우 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8-03-12

7. 무어라 부를까요?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길을 가다 큰 소리로 “사장님!”이라고 외치면 행인 중 반은 돌아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장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다. 마땅한 호칭ㆍ지칭이 생각나지 않는 장년층 남자를 ‘사장님’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화된 현상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것을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붙이지 않던 ‘-님’도 덧붙여서 명칭 자체에 존대의 뜻이 있는 ‘선생, 사장, 장관, 대통령’을 ‘선생님, 사장님, 장관님, 대통령님’이라 한다. 어디 그 뿐이랴. 그들이 집무하는 사무실을 ‘사장님실, 장관님실, 대통령님실’이라고 말하는데 이 경우는 부적절한 말로 다루지만 그만큼 높여 부르는 언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말이란 언어학자가 맞고 틀리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이 적절한 말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선생, 사장, 장관’에 ‘-님’자를 붙이는 호칭은 맞다. 누구나 그렇게 사용하는 말을 나만 혼자서 ‘선생, 사장, 장관, 대통령’이라고 불렀다가는 상대방의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될 테니까 말이다.

직급을 나타내는 명칭을 높여 호칭ㆍ지칭한다고 상대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보다 높여서 호칭ㆍ지칭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상대방의 성명이나 성 다음에 ‘계장, 과장, 사장 등’을 붙여 호칭ㆍ지칭하는 경우에 상대의 직급보다 높은 직급으로 말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직급이 낮다고 생각하여 현 직급보다 높여 부르는 것’이어서 기분이 나빠질 것인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는 ‘병원과 의원’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이들 의료기관의 법적 시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명칭에 따라 어떠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지식을 갖고 내가 필요한 의료 기관을 찾아가는 것이다. 숙박업소도 의료기관처럼 규모에 따른 명칭이 구분된다. ‘호텔, 모텔, 여관, 여인숙, 하숙 등’의 명칭을 보고 이들 업소의 요금이나 시설 규모를 짐작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업소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호칭ㆍ지칭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지만 사람에 따라 자신의 직업이나 직책이 불리는 것에 불만스러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적절한 호칭ㆍ지칭을 찾아서 말해야 한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무어라 부르리까? 어떻게 호칭하는 것을 원하십니까?”라고 묻고 싶다. 그래서 상대방과 기분 좋은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는 호칭ㆍ지칭을 알고 싶지만 직접 물어 볼 수가 없으니 남들처럼 적당히 말하는 수밖에 없다. 참 어려운 것이 호칭·지칭이다.

 

● 이 글은 필자가 0000회보에 게재한 원고를 일부 고친 것임을 밝힌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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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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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2018-03-13

    참 재밌어요. 한국사회는 호칭을 꽤 따지는 것 같아요. 동기생 부인을 제수씨라고 부르는 것도 안 맞는 것 같고. ROTC동기 모임 가면 제수씨라고 아니하고 동수씨라고 불러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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