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개혁주의 성경학 방법론

관리자 승인 2018-02-24

개혁주의 성경학 방법론

 



                                                                                                                        저자   신현우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발췌   신학지남

 

1. 서론

‘개혁신학’이라 함은 프로테스탄트​1) 기독교 중에서도 캘빈주의 계열의 신학을 가리킨다. 이 개혁신학의 체계를 도출하는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신학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오직 성경’의 원리, 특히 ‘성경 전체’의 원리를 철저히 따르는데 있다. 그러면 ‘개혁신학의 원리를 따르려면 어떻게 성경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아보자.

 

 

2. 개혁신학의 기본원리와 성경학

 

가.  ‘오직 성경’의 원리와 성경학

 

이 원리를 따라 신학을 하는 목적은 성경 저자의 의도에 충실한 신학을 하기 위함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성경의 최종 저자는 성령(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캘빈의 관점에서 볼 때, 성경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거나 성경을 의지하더라도 인간의 전통과 함께 의존하면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없다.

신학을 위한 유일한 자료로서 성경을 말하는 데에는 하나님의 계시에 토대해야 하나님에 관하여 알 수 있다는 인식론적 이유가 있다. 한계를 가진 인간이 사색이나 연구를 통하여 무한한 초월성을 가진 하나님을 아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자신을 나타내 주시는 계시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임을 성경 스스로 증거한다(마 15:4; 히 1:1; 딤후 3:16; 살전 2:13 등). 이 주장의 근거는 사도들에 의해 기록된 신약성경이 사도들의 권위에 토대하고, 또 사도들의 권위는 그들을 가르치고 권위를 부여하신 그리스도의 권위에 토대하며, 이 그리스도의 권위는 그를 보내신 하나님의 권위에 토대하기 때문인데, 그러므로 신약성경은 신적 권위를 가진 책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신적권위(神的權威)를 가진 신약성경이 구약성경을 부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구약성경의 신적권위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구약성경 역시 신약성경과 함께 하나님의 계시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오직 성경만이 신학의 자료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오직 ‘성경’만이 신학의 자료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 가’가 중요하다. 캘빈은 ‘성경의 최종 저자는 하나님이시므로 성경을 해석할 때는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의 인도하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성경을 하나님의 계시의 책으로 믿는 사람들은 이런 방법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성경이 ‘하나님의 계시’라는 사상 곧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되었다는 성경의 영감사상은 개혁신학의 중요한 원리인 ‘오직 성경’ 원리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혁신학의 영감론은 영감을 유기적이라고 이해한다.

워필드(B. B. Warfield)는 “성경은 모든 부분에서 인간적이므로 우리에게 이해될 수 있고, 모든 부분에서 신적이므로 우리에게 영원한 규범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A. A. Hodge)는 “성경은 그 모든 가르침에 있어서 무오하지만 인간적 연약함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빙크도 성경을 하나님 말씀의 성육신으로 간주하고 “성경은 전체적으로 그리고 모든 부분에 있어서 인간적이며,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신적이다. ~유기적 영감은 말씀의 성육신에 대한 결과이며 적용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고 말씀이 성경이 되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단지 평행을 이룰 뿐만 아니라 또한 가장 긴밀하게 연관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경의 가르침은 오류가 없으나 성경이 인간의 연약함을 입었다는 것이 유기적 영감론​2)이다. 즉 유기적 영감은 ‘하나님께서 인간 저자들을 사용하실 때 그들 각 개인의 인격과 기질, 은사와 재능, 교육과 교양, 어휘, 말투, 문체, 인생 경험, 자료 사용 등을 최대한 사용하게 하셨다. 즉 그런 것들을 배제하지 않고 성령 충만함을 입게 하셔서 유기적으로 수용되어 자신들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단어와 어휘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기록하도록 인도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관점에서는 성경본문의 자료와 편집에 관한 연구가 성경 영감의 구체적 방식에 관한 연구로서 수행될 수 있다.

 

또한 이 유기적 영감론은 성경의 신적 권위를 어떤 경우에도 지켜냄으로써 부정적인 성경 비평에 반응하여 성경의 권위를 변호하는데 유용하다. 즉 성경의 인간적 측면들을 비판하는 성경 비평에 효과적으로 맞서 성경의 신적 권위를 지켜냄으로써 ‘오직 성경’ 원리에 입각한 신학의 토대를 지켜내는 역할을 한다.

 

 

나. ‘성경 전체’의 원리와 성경학

 

개혁신학의 기본원리인 ‘성경 전체’의 원리도 성경 연구의 방식에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 원리는 구약성경을 폐기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면서 성경을 연구하게 하며 신약성경 중에서도 어느 일부를 신학적인 이유 등으로 경시하지 않게 한다.

성경 전체를 존중하는 것은 단지 신구약의 통일성을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루터는 ‘기독론적 구약 읽기’, 곧 구약성경 본문의 의미를 신약성경이 가진 기독론적인 의미로 환원함으로써 구약성경 자체의 의미가 무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캘빈은 구약성경 자체를 존중하여 모형론적 읽기를 통한 신약성경과 구약성경의 통일성을 추구하였다. 즉 구약성경 본문을 구약성경 저자가 역사적 상황 속에서 겪은 경험과 관련하여 해석하였다. 이러한 관점 속에서는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복음이 서로 대립되지 않으므로 연구할 때도 대립된 것으로 해석하지 않게 한다.

 

‘성경 전체’의 원리는 또한 신학의 주제를 각 권별로 다루어 정리하는 ‘성경신학’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런 성경신학의 방법은 성경 전체를 한 권으로 보고 신학을 전개하는 조직신학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되며, 조직신학이 참으로 성경에 토대하게 되는 원리가 된다.

 

 

3. 개혁신학의 성경 해석 원리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본문의 본래적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한 첫째 원리는 ‘원어에 토대한 성경해석’이다. 캘빈은 이 원리를 따라 히브리어와 헬라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자신도 성경을 주석할 때 이들 지식을 활용하였다.

둘째 원리는 ‘원본문에 토대한 성경해석’이다. 필사자들이 변경한 본문이 아니라 저자가 기록한 원본문에 토대하여 해석해야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사본들로부터 출발하여 원본문에 접근하려면 ‘본문 비평’이라 부르는 사본학적 작업을 해야 한다.

셋째 원리는 ‘성경의 용례와 문맥에 토대한 성경해석’이다. 이것은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는 방법인데 단어나 표현을 동일 저자의 용례로 해석하고, 동일 저서의 문맥으로 해석하며, 배경 정보를 제공하거나 유사한 용례를 보여주는 성경의 다른 권들도 사용하여 해석하는 원리이다.

넷째 원리는 ‘성경 밖의 배경 문헌들이 제공하는 정보도 활용하는 성경해석’이다. 성경의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 배경을 간과하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성경 해석 원리들은 성경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저자의 의도에 따라 해석하도록 함으로써 개혁신학이 추구하는 '오직 성경'에 토대한 신학의 이상을 현실화시킨다.
 


4. 믿음과 이성

 
가. 개혁신학과 믿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혁신학은 오직 성경을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으로 고백하며, 오직 성경만을 신앙과 삶의 규범이 되는 정경으로 인정하며, 오직 성경에 토대하여 신학을 전개한다. 또한 성경 66권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어떤 부분도 버리지 않고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이런 믿음은 신뢰할 만한 이유를 가진다. 우선 성경 스스로가 성경이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임을 주장한다.3)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요 계시임을 인정한다.​4) 그러면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성경 스스로 증거하는 것을 어떤 토대 위에서 믿을 수 있는가? 이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도들에 의해 기록된 신약성경이 사도들의 권위에 토대하고, 또 사도들의 권위는 그들을 가르치고 권위를 부여하신 그리스도의 권위에 토대하며, 이 그리스도의 권위는 그를 보내신 하나님의 권위에 토대하기 때문인데, 그러므로 신적 권위를 가지는 신약성경이 구약성경을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구약성경의 신적권위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구약성경 역시 신약성경과 함께 하나님의 계시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서 믿을 수 있다.

 

이런 논증의 근거에는 ‘예수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라는 기독론이 깔려 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믿는 구약성경(신 21:23)에 따라 예수를 저주받은 자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그리스도라고 믿었다. 그들이 이렇게 믿은 것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부활은 예수께서 메시아(그리스도)임을 보여주는 표적이 되므로, 그리스도 예수께서 주신 사도성이 인정되어 사도들이 기록한 신약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임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성경의 신적 권위에 관한 믿음은 성경의 ‘영감’ 또는 성경의 ‘무오’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그리고 성경의 ‘무오’는 성경 본래 원본의 ‘무오’를 뜻한다. 워필드, 메이첸, 반 틸, 그루뎀, 아처, 프레임, 캘빈, 어거스틴 등이 ‘원본의 무오’를 주장하였다. 프레임은 성경의 무오성이 성경 원본에 담긴 원문에 제한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원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가감하지 말도록 명하는 성경 자체에 토대한 것임을 지적했다. 어거스틴도 성경원본을 무오하게 여기고, 만약 실수가 있다면 사본이나 역본 또는 해석자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고 현존하는 신약성경의 신적권위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신약 성경의 원본이 우리에게 남아 있지는 않지만 원본을 충실하게 필사하여 전해 온 사본들이 남아 있고, 사본들에 담긴 본문들은 원본문과의 밀접한 유사성으로 인하여 역시 신적권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콧은 “~우리의 성경들은 원어로 된 것이든, 번역본이든 간에, 그것들이 원본문을 반영하는 정도만큼은 무오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 정도는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본들의 본문에서 출발하여 원본의 본문에 접근하는 일은 가능하다. 프레임은 “저자 친필 원문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었으며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사본들과 본문 비평학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본문 비평학(사본학)은 캘빈으로부터 박윤선에 이르기까지 그 필요성이 인정되어 온 개혁신학의 중요한 성경 연구 방법이며, 성경 무오를 변호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라 할 수 있다.

 

 

  나. 개혁신학과 이성

 

성경에 관한 믿음은 개혁신학의 출발점이지만 그 믿음만으로는 신학이 정립되지는 않는다. 성경을 해석하고 정리하며 체계화하여 신학을 형성하려면 사유를 통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개혁신학은 계시에 의존한 사색을 한다. 하나님의 특별은총인 성경과 일반은총​5)인 이성을 사용하여 생각하는데, 성경에 관한 인간의 경험적 관찰과 이성적 사색이 갈 수 있는 데까지 성실하게 가는 것이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신실한 반응이다.

 

캘빈은 그리스도인들이 인류의 풍성한 지적 유산에 깊은 감사로 반응해야 한다고 보았다. 아우구스티누스도 믿음과 함께 이성을 신학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박윤선도 ‘성경해석자에게 일반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하면서 어학, 철학, 심리학을 예로 들었다.

 

개혁신학은 이처럼 일반은총을 활용하지만 이성을 마구 달리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고 믿음에 의해 인도되도록 한다. 캘빈은 성경의 바른 해석이 이성으로만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믿음은 주해의 근본 원리였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캘빈은 일반은총을 부정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긍정적으로만 사용하였다. 세속역사도 성경구절의 의미를 부정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확증하는데 사용하였다.

 

일반은총 영역에 있는 역사적 연구 방법을 복음서 연구에 사용하는 것은 개혁신학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예수에 관한 역사적 연구가 개혁신학 속에서 가능하다. 다만 이때도 일반은총을 긍정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오직 성경’의 원리와 충돌하지 않고 정합성 있는 신학체계를 형성하게 할 것이다.

 

역사적 예수 연구방법의 특징은 이성의 원리와 경험적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성의 원리는 논리의 원리이다. 이 원리는 필연적 원리이므로 인간의 사유가 참됨을 보장하기 위하여 따를 수 있는 원리이며 설득과 변증을 위한 근거가 된다. 경험적 자료는 인간의 사유가 헛된 사색이 아니라 사실에 토대하기 위해 필요한 원리이다. 그런데 인간이 경험하는 자료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귀납하여 일반화할 때는 여러 가지 가설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개연성이 높은 가설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역사나 과학의 영역은 인간의 경험의 한계와 이성의 한계뿐만 아니라 시대적 한계를 가지므로, 증거가 (반기독교적으로) 편파적일 때는 진리의 변증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이루어질 수 없다. 이 때에는 논리적인 논증마저도 세간의 비웃음을 살 수 있으므로 (역사나 과학의 영역을 통한 연구방법은) 새로운 증거들이 수집될 때까지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소망 중에 기다리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든지 특별은총의 영역과 일반은총의 영역은 마음과 지식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며 성경을 변증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개혁신학의 방향이다.

 



1) 16세기 부패한 가톨릭에 대항하여 분연히 일어나 종교개혁을 단행한 개신교의 한 종파

2) 영감이란 '하나님의 영이 안으로 들어옴'을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님의 영으로 기록되었다는 말은 하나님의 영어 성경 기록자들의 안으로 들어와 그들을 감동시킴으로써 그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성경을 기록하였다는 말이다.

3) 살전 2:13; 고전 2:13; 고후 13:3; 벧후 3:16;

4) 마 15:6; 요 10:35; 롬 3:2; 마 15:4; 히 1:1; 행 1:16; 행 4:25; 딤후 3:16; 벧후 1:20-21; 마 5:17-19; 눅 16:17

5) 하나님께서 특별은총을 통하여 계시하신 성경 외에 인간에게 주신 은혜로서 인간이 경험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을 일반은총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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