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문(文)은 무(武)보다 강하다

관리자 승인 2018-02-28

문(文)은 무(武)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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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이상호


언젠가 KBS 사극 '무인시대'를 시청한 적이 있다. 이의방과 정중부, 이의민 등 강골 중의 강골이요, 냉혈인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정권찬탈에 혈안이 되어 있고, 문신들은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 뿐 자신들의 뜻은 내보이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최후의 승리는 머리를 좀 쓸 줄 아는 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극의 현장에서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이 진리는 더욱 확실히 증명되고 있다. 무인의 우두머리인 국방부장관이 더 이상 무인들만의 자리가 아니요, 그 자리 또한 대통령이나 국회로부터 효과적으로 통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文)이 무(武)보다 강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대부분 무인이기 보다는 문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면 문인과 무인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보통 문인하면 민간인이고 무인하면 제복을 입은 군인을 연상한다. 군인의 제복은 단순성과 통일성을 보여주고, 그 제복을 입음으로써 대화와 타협보다는 명령과 복종에 길들여지게 된다.

 

그런데 근래의 직업군인들은 이런 무인형을 벗어나고 있다. 팝송을 들으며 고개를 끄떡거릴 줄 알고, 다방면에 걸쳐서 공부와 취미생활을 게을리하지 아니한다. 재테크도 하며 자녀에게 바이올린도 사주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등 가정에 충실하다. 이와 같이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인문적인 사고와 행동을 가진 사람들을 향하여 무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무인은 몸에 제복을 걸친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제복을 간직한 사람이다. 직업에 필요한 단 한 분야의 지식 밖에 없어 생각이 단순하고 저돌적이며 타인을 이해하지 못해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평생 직업군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모든 이치를 군의 논리대로 전개한다든가,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분야만 보이고 편협한 사고가 증가한다면, 이미 그들은 무인이요, 이 사회를 어둡고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

 

반대로 제복을 입었거나 수십 년 간 기능인으로 살아왔더라도 다양한 지식으로 생각이 유연하고 타인을 사랑하며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이 사회를 화합의 장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점점 무인화 되어가고 있다. 학생때부터 입시와 취직을 위한 공부만을 해 온 우리로서는 자신의 전공에만 집착하여 타 세계를 볼 줄 모른다.

 

이 사회가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 사람보다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뒤 살펴볼 겨를도 없이 뛰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타이트한 일상생활 덕분이기도 하다. 무인시대 천지를 진동하던 말발굽 소리나 출근길에 지하철 계단을 뛰어서 내달리는 소리나 처절한 싸움을 알리는 무인들의 소리인 것이다.

 

이런 무인들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자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무인들의 다양한 삶을 사랑의 하모니로 엮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문인들만이 할 수 있다. 고사 직전의 인문학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9.11.16. 원주투데이 게재분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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