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정치가의 말 5] 흑백논리적 표현과 이치적 사고 표현

관리자 승인 2018-03-26

정치가의 말 5]

흑백논리적 표현과 이치적 사고 표현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정치가의 언어는 대개의 경우 흑백논리적이거나 이치적 사고에 의한 표현이 많다. 그 이유는 둘 중 하나 -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표현이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강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현실을 사실에 입각하여 표현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표현은 상대방을 설득하기에 더 많은 시간과 설명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그 설득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정치가의 언어 표현은 비논리적이고 단순하다는 약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법인 표현은 정치적인 언어 표현으로서 장점도 많기 때문에 정치가는 이런 표현을 즐겨 사용하게 된다.

화법 표현의 장점은 청자에게 화자가 과단성, 양단성, 명쾌성, 민첩성, 결행성, 결단성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와 상반되는 분분명한 사고와 행동으로 보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표현은 스피드 사회, 정보 사회, 경쟁 사회, 의지 결정 사회와는 걸맞지 않는다. 따라서 화법 표현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가상적, 예견적, 가능적, 수정적, 잠정적 사고의 온상이 되어, 앞으로의 사고 발전의 기점, 창조적 사고의 신호를 올리게 해 준다. 말하자면 사고의 종결도 되지만, 기폭제도 될 수 있다.

흑백 논리와 관련된 현실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는 선과 악, 진보와 보수, ‘꼴통’과 ‘꼴통’들로 나누는 분열의 정치가 마치 정치의 원형인 양 뿌리를 내리려 한다. 이게 선거라면 끝이라도 있을 텐데, 매일 매일의 정치 일상이 이 모양이니 끝도 안 보인다. 큰 일이다. / 이 곳의 싸움에선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다. 또 여당은 개혁이라 선이고, 야당은 수구라서 악이다. 그래서 여당의 집권은 역사의 필연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역사의 퇴보다. 누가 하는 말들인가. / 지난 1년 8개월 간 승자인 대통령과 그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했고, 하고 있는 말들이다. 상대가 악이니 여기서 정치란 바로 배척과 타도이다. 악은 나쁜 것이고, 반드시 제거돼야 하니 그 정치가 성공해야 공익에 이바지 한다. / 그게 맞다면 지금쯤 국민과 여론이 호응하고 있을 것이고, 야당은 초라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상과 실제가 다르면 그건 틀린 정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수도이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헌재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함부로 나오는 게 지금 여권이다. / 마음에 안 들면 법과 제도쯤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여론이 외치는데도 폐지만이 선이자 개혁이라고 고집하는 게 지금 여당 정치다. / 개혁은 불합리한 것을 새롭게 뜯어 고친다는 뜻이다. 개혁은 좋은 말이다. 그러나 여당이 말하는 개혁이 이런 사전적 개혁으로 통하지 않는데 여당 정치의 문제가 있다. 그 개혁이 보통 명사의 좋은 뜻에서 벗어난 지는 한참 됐다(jaecho@hk.co.kr 입력시간 : 2004/ 11/04 19:44 조재용 http://news.hankooki.com/cgi-bin/hkiprn.cgi?pa=/lpage/opinion/200411/h2004110419423624380.htm &ur=news.hankooki.com&fo=print_hk.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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