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정치가의 말 10] 말 바꾸기

관리자 승인 2018-03-27

정치가의 말 10]

말 바꾸기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정치가의 발언이 항상 진실하고 정치가의 소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정치가는 말 바꾸기의 필요를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는 자신의 발언 내용과 달리 행동하거나 현실이 달라질 때에는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하거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변명해야 할 것이다. 또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말을 바꿔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정치가는 말을 바꾸어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자신은 노력했음에도 남이 잘못하여 약속을 지키지 못 했거나 사실인 줄 알았는데 거짓이었다.’라는 식이다. 그리하여 정치가는 폭로 발언 이후 그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아니면 말고’라면서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공적인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 정치가라면 정치가는 말을 많이 한 만큼 말실수가 많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정치가는 말을 바꾸게 된다. 말 바꾸기는 그만큼 말하는 사람이 실없는 사람이 되고 신뢰도가 떨어져 정치가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그러니 정치가는 말을 바꾸되 자신의 말 바꾸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궤변을 이용하여 자신의 말 바꾸기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는 다음과 같다.

 

① 때에 따라 말 바꾸기

이 총리는 1월14일 광주를 방문, “호남고속철을 만들면 수천억 원씩 적자 날 게 분명하다”며 반대 소신을 피력했다. 2월 16일 국회 답변에서는 “조기 착공에는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 타당성과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이 문제점을 따지자 이 총리는 “나도 호남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정색하면서 반박했다. / 9개월 사이 무슨 큰 변화가 있었을까. 갑자기 호남고속철의 경제성이 상승했을까. 그런 근거나 통계는 찾을 수 없다. 자연 정치적 배경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최근 호남 민심은 싸늘해지고 있다. / (중략) 거듭 강조하지만 호남고속철의 조기 착공은 국가 대계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인사들에게 얼굴을 붉혀가며 반대했던 이 총리가 아무 설명 없이 말을 바꾼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봄에 이 말, 가을에 다른 말 한다고 해서 ‘춘령 추개(春令秋改)’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정치부 염영남 기자 liberty@ hk.co.kr / 입력시간 : 2005/11/13 18: 53 / [기자의 눈]
‘호남고속철’ 말 바꾼 이 총리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511/h2005111318510924430.htm).

 

② 장소와 대상에 따라 말 바꾸기

노 후보는 또 장소에 따라 다른 화법을 쓴다. 기자 회견에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반면, TV 토론에선 쉽고 부드러운 ‘안방용’ 말투를 쓴다. 대중 연설을 할 땐 직선적이고 질박한 표현들을 쏟아낸다. / 그는 대중 연설은 현장 분위기에 맞춰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석 연설을 즐긴다. 후보실에서 제공하는 사전 원고는 참고용일 뿐, 그대로 하는 법이 거의 없다. / 그러나 현장 열기에 들뜨다 보니 말실수도 나오고, 장소나 대상에 따라 말이 다르다는 지적도 받는다. TV 토론에서 쟁점이 됐던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 “DJ의 부채는 빼고 자산만 계승하겠다.” 발언 등이 한 예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말은 친구, 가까운 당원, 일반 국민을 만났을 때, 취임사 할 때 등 경우마다 표현이 다른 것이다. 부처님도 중생들에게 그때그때 다른 표현을 쓴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같은 메시지라도 현장에 따라 달리 전달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노 후보는 이를 ‘장(場)의 논리’라고 부른다. “삶과 행적의 일관성이 중요하지 말의 표현이 조금 바뀌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고도 한다
(金珉徹기자 mckim@ chosun.com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212/200212090322.html).
 

③ 거짓말하는 말 바꾸기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한 국민들의 관용은 환멸 /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의 거짓말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단지(斷指) 사건’이었습니다. 국적법 개정을 앞두고 병역 기피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던 시점이었지요. 병역 기피 목적으로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자른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자, 그는 여러 번 말을 바꾸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 이 정권 초기에는 노동 운동을 하다 프레스 기계에 잘렸다고 하면서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한 언론사 기자를 대동하고 ‘현장 검증’까지 시도하기도 했다는군요. 지난 총선 기간에는 선거 홍보용 책자에서 86년 서울대 학생들이 반미를 외치며 분신한 사건을 보며, 동지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보다 확고하기 다지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손가락을 잘랐다고도 말했습니다. / (중략)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기묘한 관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가들의 거짓말에 대한 관용입니다. 제 남편이, 제 자식이 거짓말하는 것은 참을 수 없지만, 정치가들이 하는 거짓말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거짓말에 대한 관용법입니다. 정치가들이 존경할 만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일종의 체념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가들이란 ‘으레 그러하다’는 것이지요
{조영복 (문학평론가
http://blog.naver.com/mint184/100013739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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