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홍수 통제를 못한 것은 아성(牙城)을 내 준 결과이다

관리자 승인 2023-07-23


 

  얼마 전 유 귀즈 온 더 블록’ 200회 특집에 김연아가 초청됐다. 달달한 신혼생활을 비롯하여 힘들었던 피겨 선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그야말로 달달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맨 마지막에 퀴즈가 나왔는데, 아성을 묻는 질문이었다. 전쟁을 지휘하는 총 책임자가 있는 곳으로서 이곳이 무너지면 전쟁에서 패한다는 의미로 쓰인다는 설명이 있었다.

 

 

  적의 침략을 방어할 때 성주(城主)는 핵심 지휘관들을 대동하고 가장 높은 성루(城樓)에 올라가 전투상황 전체를 내려다보며 지휘를 한다. 이곳을 아성이라고 하는데, 이 아성이 무너져 더이상 지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면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장마 집중 호우로 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홍수 통제에 가장 문제가 된 곳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이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당시 지휘관들 곧 구청장, 시장, 도지사, 심지어 총리까지 모두 곳곳의 수해현장에 가 있었다. 나름 열심히 근무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통제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성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재난 대비를 위한 현장 지도는 평소에 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이 임박했거나 불시에 터졌을 때는 아성 곧 지휘부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곳곳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고 판단하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성을 스스로 내주고 전체를 볼 수도 없는 현장의 한 곳에 나가 있었으니 홍수 통제를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요즈음 통신이 발달했다고 해서 재해 발생 시 시도지사가 현장에 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현장에 나가보려고 한다. 무슨 긴급 사항이 들어오면 즉시 보고하도록이라고 엄명을 내려도 담당자가 제대로 보고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의 신빙성이나 급박성 등에 있어서 관계자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등 여러 가지 장애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도지사는 재난에 맞는 임시 지휘부를 새로 꾸리고 자리를 절대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새 지휘부에는 평시 참모들은 대폭 줄이고 재난을 담당하는 부서장을 들여야 하며, 심지어 재난 담당자도 옆에 두어야 한다. 그가 현장 지리를 궤 뚫고 있기 때문이다.

  ‘탁상공론이나 하지 말고 현장에 나가라고 하는 국민의 요구는 평소에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재해 시 언제 어디서 얼마나 큰 사건이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시도지사와 담당자는 지휘소 안에서 주어진 정보에 따라 전체 인원과 장비 및 물자를 운용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내일과 모레 또 전국적으로 큰 비가 온다고 한다. 시도지사 및 재해 담당자는 이제 현장 점검을 끝내고, 아성 안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긴장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원주인터넷신문나루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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