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3. 이충우 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8-06-03

순우리말과 한글이름이라고?

 
                                                                                     이충우 (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대한민국의 고유 언어인
한국어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한자어나 외래어를 적게 쓰고 순우리말을 많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람의 이름도 이른바 한글이름을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름답고, 이러한 생각이 모여서 이루어진 국어 순화 운동이 좋은 운동인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아무러한 문제도 없는 것일까?

 

순우리말은 다른 나라의 언어가 아닌 우리 한국의 고유어를 말하는 것이고, 이런 고유어로 이름을 지으면 (한국) 고유어 이름이 될 것이다. 한글이름이란 명칭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글학당. 한글학교. 한글이름 등한국어에 관한 것이 아닌 한글(正音)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한국어가 아닌 한국 문자인 한글을 가르치는 학당이나 학교를 나타내는 말로 한글학당, 한글학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한글로 나타낸다면 그리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언제부터 한글한국어를 포함한 의미로 쓰였는가? 한글을 소수의 사람들이 한국어의 의미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를 명색이 국어사랑 운동하는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필자는 언어를 맞다·틀리다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를 피하며, 모든 언어의 사용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기준으로 그 사용의 적절성을 가지고 언어 현상을 기술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말하는 덜 적절하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틀렸다는 말과 통한다.

 

우선 순우리말에 관하여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아주 예전부터 사용한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이 아닌 순수한 고유어는 어떤 것인지, 우리 국어에서 이러한 고유어가 차지하는 위상은 어떠한 지 알아보자.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은 우리 고유어라고 본다. 이들은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 하얗다, 거멓다와 관련된다. 이들은 색깔별로 수십에서 백여 어의 파생어를 만들어 사용된다. 그런데 보라보라라는 말 이외에 따로 변하여 사용되지 않는다. 보라가 고유어가 아니라 외국어에서 우리 국어에 차용된 외래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보라가 고유어가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고유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말 중에는 (), (), () 이 있다. ‘의 국어사전 의미는 () 명사(1)자연적으로 땅이나 바위가 안으로 깊숙이 패어 들어간 곳. (2)산이나 땅 밑을 뚫어 만든 길. 굴길수로10(隧路). (3)짐승들이 만들어 놓은 구멍. (4)=소굴(巢窟).”이다. ‘굴뚝이었다가 ‘-이 붙어서 쓰이는 것이다. 우리가 고유어라고 생각하는 많은 단어가 고유어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전에 수록된 어휘의 70여 퍼센트가 한자어라는 사실에 이르면 우리가 고유어를 사랑하고, 옛 우리말을 찾아서 다시 쓰고, 한자어와 외래어를 고유어로 말을 바꾸어 사용하자는 말이 국어사랑이라는 뜻은 좋으나 현실에 부응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자어나 서양외래어의 가치가 언제나 고유어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국어사랑 운동을 결코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같지 못하다(過猶不及)’는 말처럼 고유어 사랑이 지나치면 다른 사람들이 호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으로 한글이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한자이름과 한글이름에 대한 생각이다. 한자(漢字)와 한글은 문자이니 소리를 옮기는 도구이다. 글은 영어나 중국어나 한국어 이름을 기록하는 도구일 뿐이지 영어로 적었다고 영자(英字)이름이 아니고 한자로 적었다고 한자(漢字)이름이 아니다. 트럼프를 한글로 적을 수도 있고 영어로 적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이고 은 말을 옮겨 적는 도구일 뿐이다. 순우리말한글로 적은 것을 한글이름이라 한다면 이는 (한국어)고유어이름, 순우리말이름한글이름보다 적절한 표현이다. 순우리말이름한글이름이란 말로 사용한다 해도 언어사용자가 알아들으면 그만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래서 말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람 사이에 의미가 통한다면 본래의 기능을 한 것이기 때문에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으면 닭 잡는 칼이 된 것처럼 틀린 말이란 표현을 지양하고 덜 적절한 말이라고 필자는 사용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한 말이 언어 사용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의미가 통한다면 사용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제도권에서는 이런 것들이 용납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한글이 우리글인 정음(正音)의 의미 이외에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의미인 한국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이글에서는 말과 글을 구분하였다.

 

국어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모든 종류의 국어 사랑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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