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금메달, 정재원을 바람막이로 적폐인가 묘수인가

관리자 승인 2018-02-27

이승훈 금메달, 정재원을 바람막이로

적폐인가 묘수인가

 

 
                                                                                                                                                 
                                                                                                                                               원주인터넷신문 나루터 
                                                                                                                                                      발행인 이상호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에는 정재원의 역할이 컸다. 정재원은 경기 내내 2위 그룹 선두에 서서 무리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1위 그룹과의 격차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승훈을 비롯한 뒤에 있는 선수들은 정재원 선수 뒤에서 달리며 힘을 비축하였다가 마지막에 역전의 레이스를 펼쳤고, 이를 잘 마무리 한 이승훈은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이승훈이 정재원을 찾아가 다독거려주고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트랙을 돌았지만, 정재원의 얼굴에는 뭔가 서운한 감정이 살짝 비쳤다. 물론 정재원은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보다는 팀 플레이였다고 말하고 싶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며칠 뒤인 26일 한 전직 스케이트선수의 어머니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 아이는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였다”고 고백하며 울분을 토로했다. A씨는 “자신의 아들이 처음부터 빠르게 달려 나가 다른 선수들이 허겁지겁 따라오게 해서 힘을 빼놓으면, 뒤에서 공기저항을 덜 받아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이 치고 나가서 1등을 하곤 했다”고 밝혔다. 그것이 싫어서 아들은 스케이트를 그만 뒀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탄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성적을 냈다’고, ‘국가를 빛냈다’고 정의롭지 못한 행태를 그냥 보고 넘어가던 과거와는 다르다. 엄연히 한 번 뿐인 인생이고 또다시 잡기 힘든 기회인데 희생양이 되기 싫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매스스타트 경기 같은 경우는 다르다. 매스스타트는 개인의 경기지만 한 조에 두 명 이상의 같은 국적이 들어가 있는 경우, 특히 올림픽과 같이 큰 대회인 경우에는 팀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여타 국가나 팀들도 마찬가지고 우리 국민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바와 같이 금메달을 따게 하기 위해서 희생양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용인하고 있다.

 

탁구나 테니스의 단체전 경기도 이를 용인한다. 각 팀이 단식 선수 4명을 출전시킬 때, 상대팀에 걸출한 선수가 있다면 자기 팀에서 가장 실력이 낮은 선수와 붙도록 오더를 제출한다. 자기 팀의 실력 좋은 선수가 상대팀의 1인자에게 지는 것보다는 다른 선수를 이길 수 있도록 편성하고, 어차피 아무도 못이길 실력의 선수는 상대팀 1인자에게 지게 만드는 것이다. 실력이 변변치 못한 선수는 너무 강한 선수를 만나 자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런 작전이 적중하면 단체전 승패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감독들은 ‘상대팀 선수들이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 파악하느라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이처럼 희생양이 필요한 경기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 공정성은 ‘너 한번 그 다음엔 나 한번’ 식의 교대를 말하지는 않는다. 앞에 말한 한 선수의 어머니 A씨는 “금메달을 딴 이승훈은 한 번도 페이스메이커로서의 희생양으로 나선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페이스메이커를 두는 목적은 금메달을 따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잘하는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로 쓰지는 않는다. 물론 이승훈도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겠지만, 그 선수 앞 시대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에 페이스메이커로 나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 팀 추월 경기에서 이승훈 선수가 앞으로 나섰을 때 상대팀을 많이 따라 잡은 것을 생각하거나, 그가 5천m나 만m에서도 좋은 기록을 낸 것을 생각할 때 그의 주전 자리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페이스메이커가 되느냐’, ‘그야말로 주전다운 주전이 되느냐’ 여부에 대한 공정성은 ‘기록에 대한 공정성’이다. 기록경기는 그야말로 기록이 말해 준다. 코치진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기록이 출중하면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주전으로 뛸 수밖에 없다. 기록경기가 아니라 할지라도 테니스나 탁구와 같은 개인종목도 단 둘이 붙는 개인전에서 승승장구하면 희생양이 될 수 없다. 박태환이 같이 뛰어난 수영선수를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문체부가 나서서 막는 경우는 사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경우다.

 

그동안 큰 대회에서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후배 선수들은 너무 섭섭해 하지 말고 앞으로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30을 넘기는 이승훈 선수는 34살이나 되는 베이징 올림픽 때 후배 선수들보다 월등한 기록을 내지 못하는 이상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거나 명예로운 은퇴의 길을 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진 출처: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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