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하루 아침에 만리장성을 허문다

관리자 승인 2018-06-11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속담은 다음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중국 진시황 때 한 처녀가 혼인을 하였는데, 신랑이 징용(徵用)되어 만리장성을 쌓으러 가게 되었다. 신랑은 색시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 머슴을 데려다 놓고 갔다.

그런데 머슴은 색시에게, 신랑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자신과 같이 살자고 하였다. 머슴이 자꾸 조르자 색시는 신랑에게 옷을 전해 주고 온다는 약속을 하면 같이 자겠다고 하였다.

머슴이 약속을 하자 색시는 머슴과 하룻밤을 자고는, 신랑의 옷과 편지를 머슴에게 주었다. 이 옷만 주고 오면 색시와 살게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난 머슴은 부지런히 만리장성 쌓는 곳으로 갔다.

옷을 받아든 신랑이 편지를 펼치니 거기에는 편지를 보거든 옷을 갈아입고 머슴을 거기 두고 속히 오라.”고 씌어 있었다. 그래서 신랑은 돌아오고 대신 머슴이 만리장성을 쌓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보면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속담은 친분만 믿고 대비를 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빗대어, ‘하룻밤을 자더라도 성을 쌓아 적에 대비하듯이 철저히 대비하여야 함을 강조하는 뜻으로 보인다. 남과 사귈 때 서로 정다울지라도 법도에 어긋나서는 안 되며 오히려 한계를 분명히 하여 뜻밖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발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그런데 요즈음 이 속담은 흔히 남녀 관계에서 만남의 인연을 강조하고, 잠시의 만남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남녀도 하룻밤 관계를 가지면 당연히 부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의 유교적 정조관념을 나타내기도 한다.

 

정치인 이재명과 연예인 김부선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김부선은 15개월 간 남녀관계를 유지했다고 하고 이재명은 변호인과 의뢰인의 관계였을 뿐이라고 한다. 어찌되었건 둘의 관계가 그리 평범하지는 않아 보이고 꽤 오랫동안 만남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정을 다 버리고 서로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과거 세대는 단 한 번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요즈음 세대는 오래 쌓아온 인연도 미련 없이 버리는 세대인 것 같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속담설화 대신에 만리장성도 하루아침에 허문다라는 말로 바꾸어야 할 듯싶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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