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20. 이충우 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8-10-30

숙주나물은 숙주(菽株)나물일까?

                                                                         이충우 (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콩을 나타내는 한자로는
(), (), () 등이 있다. 대두, 적두, 녹두, 백태, 흑태 등과 숙맥, 숙주나물 등에서 콩과 관련된 어휘의 양상을 볼 수 있다. 대체로 콩알은 팥알보다 크고 팥알은 녹두알보다 크다. 따라서 콩은 대두(大豆)라 부르며 색깔에 따라 백태(白太), 흑태(黑太) 불려진다. (), 크다의 의미로 쓰인다. 팥은 적두(赤豆, 붉은팥), 녹두는 고유어를 알 수 없고 녹두(綠豆)로 쓰이는데 색깔이 녹색이다. 콩을 나타내는 숙()은 한자어로는 존재하는데 콩, , 녹두 등 곡물을 나타낼 때는 쓰임을 찾기 힘들다. 그냥, 흑태, 적두, 녹두 등 태(), ()가 쓰일 분이다.

 

네이버 한자사전(http://hanja.naver.com/search?query=%E8%8F%BD)에 따르면 <: 대두(大豆) 콩잎, 두숙류(豆菽類): 씨를 먹이로 하는 콩과 식물(植物)의 통틀어 일컬음. 숙아채(菽芽菜): 콩나물 숙수(菽水): 콩과 물. 숙맥불변(菽麥不辨): 콩인지 보리인지 분별(分別)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 숙맥(菽麥): 콩과 보리 숙맥불변>으로 나온다. , 한자로 ()’은 콩이다.

 

민간어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떤 말(단어)이 생기게 된 유래를 말한다. 숙주나물의 민간어원은 사람들이 사육신의 배신하고 수양대군의 편에 선 신숙주를 비난하며 만두소를 만들 때 짓이겨 넣는 녹두 나물에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은 숙주나물의 민간어원을 믿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의 국어대사전의 풀이는 숙주-나물:명사」「1녹두를 시루 같은 그릇에 담아 물을 주어서 싹을 낸 나물. 녹두채숙주숙주채. 2숙주를 양념에 무친 반찬. 숙주채이다.

 

숙주나물은 녹두를 콩나물처럼 기른 나물이다. 우리는 콩(大豆)으로 만든 나물만 콩나물이라 사용하지만 넓은 의미로 은 팥과 녹두 등을 아우를 수 있다. (, , )은 대두(大豆, ), 적두(赤豆, ), 녹두(綠豆)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두채(豆菜)가 콩나물인데 우리나라의 콩나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만든 협회가 대한두채협회이다. 녹두는 길러서 숙주나물을 만들지만 콩과 녹두와는 달리 팥은 나물로 기르지 않는다. 그러니 적두나물, 팥나물은 없다.

 

신숙주가 싫어서 숙주나물이라 했다기보다는 녹두를 숙()으로, 녹두를 콩나물처럼 기르면 뿌리가 먼저 나와 자란 것이 녹두 나물이니 뿌리를 나타내는 주()를 쓰면 숙주(菽株)가 된다. 그러면 콩나물과 구분되는 숙주나물이 되는 것이다. ()그루, 그루터기(풀이나 나무 따위의 아랫동아리), 뿌리의 의미가 있다. 이런 해석에서 숙주의 주를 라고 단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찰이 요구되지만 어원 연구가 갖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숙주나물의 숙주를 菽株로 정하고 신숙주(申叔舟)와 숙주나물의 숙주가 음이 같기에 숙주나물의 어원이 신숙주에서 유래했다는 민간어원이 생겼다고 본다. 필자의 주장이 맞다면 당연히 국어대사전의 표제어 숙주는 한자어 숙주(菽株)’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신숙주의 후손들은 조상과 동음(同音)인 숙주나물이 조상을 욕되게 하려고 민간이 만든 말이라는 설에서 갖는 부담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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