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22. 이충우 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8-11-14

군기(軍紀)와 짬밥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우리나라의 남성들은 거의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병영 생활을 통해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일반 사회와는 다른 특수한 집단인 군의 문화를 익히고 군 관련 어휘를 사용한다. 이러다 보니 군에서 사용하는 말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군 용어를 사용하며 그 말이 군 생활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군기와 짬밥이다. 이들의 국립국어대사전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군기(軍紀) : 명사군대의 기강.

-[-] : 명사」 「1잔반에서 변한 말로, 군대에서 먹는 밥을 이르는 말. 2군대, 직장, 학교 등에서 사용되는 은어로, ‘연륜(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숙련의 정도)’을 이르는 말.

 

군기의 경우 우리는 공무원의 기강이나 회사의 기강을 나타낼 때도 기강을 사용하지 않고 군()을 넣은 채로 군기(軍紀)라고 사용하니, 군기라는 말이 기강이란 말보다 더 많이 기강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제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까지 기강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 군기라는 말로 쓸 정도로 말이다.

짬밥은 우리가 잔반(殘飯, 남은 밥)에서 변한 말이라고 보는데 군에서 주는 밥을 군인들이 부정적인 의미(먹고 남은 밥)로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니 군에서 주는 밥을 많이 먹은(군 생활을 오래할수록) 군인일수록 군 생활의 연륜이 쌓인다는 뜻으로 짬밥의 수량으로 군생활의 연륜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말이 군에서 사회로 옮겨져서 우리 사회에서 연륜을 따질 때 짬밥이 얼마라는 표현을 하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군기는 아직까지 사전에 기강의 의미로 올라 있지 않았지만 짬밥은 연륜의 의미를 지닌 은어로 사전에 올라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말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말에 원래 의미 이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대체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위의 기강이나 연륜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아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말인데 이들을 대부분의 군 경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군기와 짬밥으로 대체하여 사용하니 군기짬밥이 원래의 기본적인 의미 이외에 기강연륜이라는 의미가 추가로 생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언어의 타락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지만 일반 언중(言衆)이 불편하지 않게 사용하니 언어의 진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반인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언어의 규범에 대해 규범이란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규범은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더 적절하고, 덜 적절한정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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