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한국)] 교회사(한국) 6. 제너럴셔먼호와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

관리자 승인 2018-06-05

제너럴셔먼호와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한국교회사 6): 칼 귀츨라프 선교사가 로드 암허스트 상선을 타고 입국한지 34년이 지난 1866, 영국의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가 미국상선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조선에 입국했다. 사실 토마스 선교사는 제너럴셔먼호로 입국하기 이전에 불란서의 극동함대를 타고 입국하게 되어 있었다.

당시 조선에서는 여러 명의 불란서 신부와 수천 명의 한국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되는 병인박해가 일어났다. 이에 불란서는 조선에 대한 보복을 감행하기 위해 극동함대 사령관 로즈 제독을 통해 조선을 응징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로즈 제독은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에게 안내자 겸 통역을 부탁했다. 조선에 대한 선교를 갈망하던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는 주저함 없이 이를 승낙했지만, 예기치 않은 인도차이나 폭동이 발생하여 극동함대의 진로가 그쪽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조선행이 취소되고 말았다.

또 다른 길을 모색하던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는 미국인 프레스톤의 소유인 제너럴셔먼호가 조선에 입국한다는 소문을 듣고 18667월 중국어 성경 몇 권을 가지고 안내자 겸 통역으로 승선하게 되었다. 그는 그의 앞날에 어떤 위험이 닥쳐오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선교의 결실만을 꿈꿨다. 토마스 선교사가 조선을 향해 떠나면서 런던 선교회에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나는 상당한 분량의 책들과 성경을 가지고 떠납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생각을 하니 얼굴이 달아올라 희망에 부풉니다. ~(런던 선교회)이사들도 어떤 인간의 과오와 혼합되지 아니한 심정으로 성경의 교훈을 전하기 위해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나의 노력을 언젠가는 반드시 시인해 주리라 믿으면서 나는 갑니다.

 

이 편지를 받은 런던 선교회 총무 멀린스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무장한 선박을 타고 조선에 나가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요, 또한 당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빨리 북경으로 돌아와서 맡겨진 임무에나 충실하십시오

 

그러나 멀린스의 답장이 로버트 토마스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그를 태운 제너럴셔먼호는 조선으로 출발했다. 로버트 토마스가 런던 선교회에 쓴 편지는 이 세상에 남긴 그의 마지막 편지가 되고 말았다. 제너럴셔먼호는 대동강변에서 조선의 군졸들과 백성들에 의해 화염에 휩싸였고, 한문 성경을 들고 뭍으로 나오던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는 병졸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불란서 함대가 침공해 온다는 소문으로 반 서양정서가 팽배해 있을 때 외국 배를 타고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자체가 화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제너럴셔먼호에는 조선과의 통상을 위해 면포, 유리그릇, 철판, 자명종 등 많은 상품이 실려 있었으나 현대식 무기로 중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인들에겐 순수한 무역선으로 보이지 않았다.
 

               

 

제너럴셔먼호와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의 입국과 경과

 

제너럴셔먼호가 입국하자 황급히 달려간 황주목사 정대식은 그들의 입국 목적이 통상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조선에서 외국과의 무역은 국법으로 금지되었으니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제너럴셔먼호는 듣지 않고 대동강 입구의 용강군 다미면 상칠리 주영포를 거쳐 평양을 향해 계속 거슬러 올라와 평양부 초리방 일리 신장포에 닻을 내렸다.

 

이에 평양감사 박규수 역시 입국경위와 정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부하들을 보냈으나 토마스 선교사로부터 입국 목적이 통상과 선교이며 자신들은 조선이 박해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야소교 신자들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박규수 감사 역시 외국과의 교역이 금지되었으니 돌아가라고 하였으나, 제너럴셔먼호는 이를 무시하고 대동강을 더 거슬러 올라와 만경대 두로 섬 앞 포구에 머물렀다. 박규수는 돌아가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잡아들여 문초하겠다고 하면서 아울러 필요한 것이 있으면 넉넉히 공급해 주겠다는 배려의 말도 전했다.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는 박규수의 말을 따르려고 했으나 선장은 반드시 물건을 교환할 것을 주장했다. 이 사건이 있기 전인 1861년 열하부사로 청을 방문한 적이 있어 개화의 생각을 갖고 있던 박규수였지만 제너럴셔먼호의 무례한 행동은 그를 비롯한 관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제너럴셔먼호의 외국인들이 쪽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그들을 뒤쫓던 박규수의 부하 이현익을 체포해 억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통역을 맡은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가 제대로 조선인 문정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항해를 계속하고 결국 이현익을 가두는 일까지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만 갔다.

 

로버트 토마스 순교와 그 영향

개화파의 거두 박규수가 통상을 요구하던 제너럴셔먼호를 침몰시키게 된 역사의 아이러니

 

이현익이 억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태정이 작은 배를 타고 가서 밤새도록 애원했으나 허사였다. 오히려 제너럴셔먼호는 총을 난사하면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여 황강정에 정박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관찰하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이현익을 돌려 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흥분하기 시작한 군중들은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몇몇은 활을 쏘아댔다. 제너럴셔먼호는 다시 양각도 하단으로 이동 정박했고, 결국 그곳에서 박춘권이 작은 배를 타고 제너럴셔먼호에 올라 이현익을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양각도에 정박한 셔먼호가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평양감사 박규수는 직접 강변으로 나아가 군졸들을 지휘하며 제너럴셔먼호를 공격했다. 관민들은 작은 배들을 연결하고 그 위에 솔가지를 가득 쌓아 불을 지핀 다음 양각도 모래 위에 좌초된 제너럴셔먼호를 향해 떠내려 보냈다. 불타는 작은 배들이 제너럴셔먼호에 닿자 결국 그 배도 불길에 휩싸여버렸다. 제너럴셔먼호 안의 모든 외국인들은 피살되었고 살아있던 로버트 토마스, 프레스톤, 중국인 서기, 조능봉 등 4명도 한 사람 한 사람 뭍으로 나올 때마다 살해되었다.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는 최후로 자기의 생명을 빼앗는 군인에게까지도 복음을 전하리라하고 한문 성경을 가지고 뭍으로 올라 왔다. 기다리고 있던 병졸 박춘권이 칼을 빼들고 잽싸게 달려들었다. 순간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가 한문 성경 1권을 건네자 박춘권은 잠시 들었던 칼을 멈추었다. 그러나 선교사의 말귀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환경도 여의치 않아 책을 받지는 아니했다. 박춘권의 칼이 마침내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의 가슴을 찔렀다. 조선 최초의 개신교 순교자는 이렇게 죽어갔다. 마지막 죽음 앞에서도 생명을 구걸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성경을 나누어 주면서 말이다.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를 죽인 병졸 박춘권이 교회의 영주가 된 역사의 아이러니

 

로버트 토마스 선교사까지 살해당하자 소란스럽던 주위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흩어졌다. 마음이 심란해진 박춘권은 조금 전 자신에게 건네지려고 했던 성경책을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그 책을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가 읽어 내려갔다. 결국 예수를 믿게 된 그는 안주교회 영수가 되었다. 할렐루야!

 

박춘권의 조카 이영태도 후에 주님을 영접하고 평양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남장로교회 레이놀즈 선교사를 도와 한국인 성경번역위원회의 한 사람으로 한글 성경번역에 큰 기여를 했다. 할렐루야!

 

또한 당시 제너럴셔먼호의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12세 된 아이 최치량은 토마스가 준 3권의 성경을 보관하고 있다가 겁에 질려 영문주사 박영식에게 주었다. 박영식은 그 책으로 방에 도배를 하는데 썼지만, 그의 집에 놀러갔던 최치량이 그 벽지의 말씀을 읽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리고 박영식의 집은 평양 최초의 교회인 널다리골 예배당이 되었다. 할렐루야!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의 피가 뿌려진 대동강변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릴 만큼 한국 교회의 거룩한 도성이 되었다. 한국 교회는 그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해 192758일 그가 묻힌 쑥섬에서 추모예배를 드렸고, 장로교 총회는 그곳에 기념예배당을 지었다. 이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계기로 조선 조정에서는 천주교를 더욱 엄하게 다스리고자 186698일 척사운음을 작성케 하고 이를 전국에 공포했다. 그러나 더욱 뜨거워지는 복음의 열풍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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