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머리에 있는 것을 가슴으로 내려 보내자

관리자 승인 2018-07-09

머리에 있는 것을 가슴으로 내려 보내자 : - 이상호 목사(본지 발행인): 지난 73일 새벽 3(한국 시각)에 시작된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 일본과 벨기에의 경기에서 일본은 먼저 두 골을 넣고도 후반에만 내리 세골을 내주어 23으로 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이 경기를 본 한국 사람들 중에는 퍽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한국선수들이 이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겨준 일본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가슴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포츠에서 일본이 다른 나라를 이기기를 바랄 때는 우리가 이미 준결승이나 결승에 올라가 있어서 한일전이 열리기를 바랄 때뿐이다. 이때도 역시 일본을 좋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일전이 성사되어 일본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중계에서 보여준 KBS 해설위원의 지나친 편파중계는 이런 한국 사람들의 가슴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다. KBS 해설위원은 벨기에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고오오올~ 고오오올~”이라고 온 힘을 다해 외쳤고, 벨기에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할 때는 '전술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흥분하며 중계했다.

 

경기가 끝나고 편파해설 논란이 일자, 이 해설위원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이 잘해서) 배가 아파도 제가 인격과 인품이 고수준이었다면 그걸 숨길 수 있어야 되는데 (숨기지 못했다). 일본이 경기를 잘해서 우리가 작아 보일 수 있는 상황도 있어서 순간적으로 내 본능이 발현된 것 같다.”

 

이 분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 자신이 품고 있던 감정은 정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문명인으로서 누구나 머리에 스포츠에서 편파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저장하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대부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KBS 해설위원이 공인으로서 일본에 대한 자신의 본능을 숨기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 개인으로서 그런 본능을 갖고 있었던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인터뷰를 한 것은 우리 한국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그렇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명인이라면 머리에서 옳다고 쌓인 지식을 가슴으로 내려 보내 가슴을 열리게 하고 언행으로 나타나게 해야 한다. 설사 정치적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일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여러 지식인들을 통해서 기나 긴 역사 속에서 만들어낸 종교적 철학적 법적 도덕적 정의들을 지켜나가야 평화가 존재한다.

반대로 가슴에 담긴 한을 머리로 이동시켜 그것이 참 지식인양 받아들이면 파열음을 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전쟁주의자들은 그런 것을 이용해 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예선탈락하고 한국만 4강에 올랐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한국의 안정환 선수가 헤딩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며 8강에 오르자, 뉴스 시간에 이 장면을 보여주던 일본 TV의 한 여성 앵커는 웃으면서 참 부럽네요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을 때 한국의 4번 타자 이승엽 선수는 투런 홈런을 터트려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경기가 있기까지 너무 부진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승엽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확 쏟았다. 이 장면을 보여주던 일본 TV의 한 여성 리포터는 경기에 진 일본선수들도 울고 오늘 홈런을 친 이승엽선수도 울었습니다라는 유명한 코멘트를 남겼다. 그 코멘트에는 일본 대표선수들에 대한 애정뿐만이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소속팀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 선수에 대한 애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한국의 이상화 선수를 제치고 우승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한국의 관중들 앞에서 금메달리스트답지 않게 겸손했으며 이상화 선수를 애틋하게 맞고 경기장을 돌며 우정을 나눴다.

 

머리에 있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사진 출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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