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27.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4-13

단정하는 말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우리는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일들에 접하게 된다
. 그리고 자신이 접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천재와 바보 등

그러나 현실은 좋기만 한 사람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으며, 모든 면에서 천재도 모든 면에서 바보도 그리 흔하지 않다. 심지어 내가 좋다고 판단한 것이 나쁜 것일 수도 있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좋은 일일 수도 있으며, 특정 부분에서는 천재가 바보보다 못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단정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 사실을 바르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일 수 있다. “철수는 도둑이다.”라는 말은 철수가 언제 누구의 물건을 몰래 가져 간 일이 있다.”라는 말보다 사실에서 벗어난 단정하는 말이 된다.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 간 것이 도둑질이라 해도 그 행동을 몇 번 했다고 그가 도둑이라는 말은 사실에 부합된다고 할 수 없다. 도둑질은 몇 번 해야 도둑이 될까?

거짓말쟁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남의 자녀 돌잔치에 가서 축하 인사로 이 아이는 부자가 되겠다, 장군이 되겠다, 공부 잘 하겠다.’며 축하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 말들은 사실이 아니다. 그냥 사실도 아니고 자신조차 믿지도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하객들이 거짓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을 거짓말쟁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관용적으로 축하하는 말일 뿐이지 사실과 같고 다르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남을 속이는 말 몇 마디하면 우리는 그를 거짓말쟁이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고도 나쁜 회색, 좋은 백색, 나쁜 검은색의 거짓말을 하면서 산다. 아침에 깨어나서 만나는 사람에게 주고받는 인사나 싫어하는 사람에게 반가움을 표하는 말이야 사회생활에서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라 해도, 마음과 달리 칭찬하거나 남의 말에 동의하는 등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말의 다양한 양상일 뿐이다.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하는 문서에 기록할 때는 단정하는 표현을 피한다. 단정하지 않는 표현이 나중에 문제가 제기될 경우 책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기자들이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라고만 발표해야지 사고 원인을 추측하거나 거짓으로 만들어 발표하면 안 되는 것이다. 사고 원인을 단정해서 빨리 발표하는 것보다 사고 원인을 판단한 이후 정확히 발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 유무를 판단하고 기록할 때 이상 없음이라고 단정하고 기록하기 보다는 이상 발견 못함이라는 단정하지 않는 기록으로 책임을 줄이기도 한다. 이런 것으로는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함이라기보다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으로 적는 것이다. 후에 이상이 나타나도, 치료기간이 연장되어도 단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책임을 줄이는 것이다. 혹자는 자신 있게 단정하는 말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단정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세상사를 단정하지 않는 것이 보다 사실에 근접하고, 단정하는 말이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단정하는 말은 관용적으로 쓰이는 인사말 정도에서나 쓰일 수 있지 않을까?

 

● 우리가 사용하는 단정적인 말은 얼마나 현실과 부합할까?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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