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탈북자, 남북문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관리자 승인 2018-08-03

탈북자, 남북문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글: 이상호 목사, 본지 발행인) : 한반도 분단 이후 지금까지 수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체제의 경계선을 뚫고 탈북에 성공하였다.
          
그동안 월남자나 탈북자의 인터뷰는 국가정보기관의 조사를 거쳐 대부분 수십 일 이상 경과한 이후에나 이루어졌으며
, 그 내용 또한 자유를 찾아서라든가 배가 고파서라는 천편일률적인 말로 일관하였다. 이는 탈북자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걸맞지 않은 조사와 인터뷰가 이루어져 왔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0164월 총선을 불과 엿새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북도 이를 의심케 한다. 통일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른 탈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족도 아닌 그들이 집단적으로 말을 맞춰 탈북을 강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710 2명의 탈북 종업원을 만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UN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일부 종업원들은 탈북 계획을 몰랐다면서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획 탈북은 냉전시대나 어울리는 구시대적 유물이다

 

아직은 남한에 정착한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자진입국인지 우리 기관들에 의한 기획탈북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통일부 발표와는 다르게 또 다른 정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체조사를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획탈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한 파장은 더욱 확장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우려해 사실을 매도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기획 탈북 같은 일은 냉전시대에나 어울리는 구시대적 유물이다. 냉전시대에는 그런 유형의 일들을 벌여가며 외부적으로는 주적 개념에 있는 나라들의 약화를 노리고 내부적으로는 국민들을 결속시켰다.

그러나 데탕트시대를 넘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그런 일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측면에서만 유의미하다. 일단은 양국 당사자 간이나 국제사회에 있어서 대화를 중단시키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류경식당 탈북사건이 우리 기관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면 남북관계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외교에 있어서 일정부분 수세에 몰릴 수 있으며,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 시 북한에 의한 보복성 납치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정권유지를 위한 방편이나 정보기관의 공명심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과거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경험도 있다. KAL기 폭파 사건이 북한의 지령에 의한 김현희의 짓이라는 것은 여러 객관적인 사실로 증명되고 있지만, 그가 왜 하필 대통령 선거 전날 요란하게 압송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그런 의문 때문에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마저도 의심을 받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알 권리와 국익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알 권리가 곧 국익을 인지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미 엎질러 진 물, 해법은 무엇인가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 기획탈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해법은 쉽지 않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대내외적으로 적법하게 알리고 일정부분 우리 정부의 신용도 하락은 감수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북송요구에 대해서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자유대한의 맛을 느낀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잔류를 선택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만약 종업원들을 강제로 북송시킨다면 그야말로 이들의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종업원들을 전원 잔류시키고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 빅딜을 제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탈북자, 속지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조사하라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획탈북과 같은 유형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북자나 난민들에 대한 속지주의 원칙이 필요하다. 우리 땅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법의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

입국하는 순간 최우선적으로 변호인부터 선정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수일 내에 언론의 취재를 허용해야 한다. 보안이 필요한 사항이라면 보도 유예(엠바고)를 요청하면 되고, 위장 탈북 여부는 그 이후라도 얼마든지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탈북 지원의 선택과 집중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찾아주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유의사가 있어야 한다. 이미 북한을 넘어 만주나 러시아로 보내진 사람들은 북한체제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을 체험하고도 탈북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을 강제 또는 속임수로 한국 땅을 밟게 하는 것은 비인간적 처사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북한으로부터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망명이나 난민문제에 해당되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국제적 원칙을 지키는 것이므로 북한이 크게 반발할 수도 없다.

탈북 문제도 새로운 국익 개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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