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29. 이충우 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4-27

노동과 근로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한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가 여럿이면 각 단어의 의미도 달라진다
. 또한 같은 단어에 대한 의미도 사람마다 각각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어의 사전에 나타난 의미가 아닌 언중의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적인 의미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

 

근로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나타내고, ‘노동육체적인 일을 하는 의미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의 의미가 있다. 한자 ()’부지런하다는 의미가 근로(勤勞)’에 나타나 있으니 근로자는 자구(字句)대로 해석하면 부지런히 일하는 노동자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보다 근로자가 더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하면 근로자라는 말은 노동자보다 경영자에게 더 바람직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은 자구(字句)에 얽매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언중의 감정에 따른 의미로 사용된다.

노동자근로자의 사전적 의미는 둘 다 일하는 사람이다. 국어사전에는 근로자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고, ‘노동자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거나 육체노동을 하여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기술돼 있다. ‘노동자풀이는 기본 의미가 아닌 파생 의미이지만 예전부터 사람들이 노동육체적 노동의 의미로 사용해온 것을 기술한 것이다. 그리하여 근로자와 노동자는 둘의 의미가 완전히 같지는 않고 비슷하다. 현실 생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로자가 노동자보다 좋은 이미지가 있다고 인식한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에게 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써 달라고 한 뒤 자주 언급된 단어를 분석했다. ‘일하는 사람’(282), 돈을 받다(36) 등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힘들다’(110), ‘막노동’(14), ‘공사장’(11), ‘노가다’(9) 등의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https://news.v.daum.net/v/20190424033602169. 서울신문,

[단독] 미래 노동자 10대 노동을 '천시'하다).”라고 한다. 이는 노동이란 단어의 의미를 정신적 노동보다 육체적 노동으로 연상하는 사람이 많으며,

또한 근로정신적·육체적 노동이라 여긴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무직 노동자는 근로자에 가깝고, 육체적 근로자는 노동자에 가깝다는 인식은 이전부터 노동의 개념을 땀 흘려 일하는으로 사용해 왔던 것과 관련된다. 육체적 노동은 땀을 흘리는 힘든 일이 연상되고 정신적 노동은 사무실에서 하는 육체적 노동보다 힘들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은 사실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우리의 단어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5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위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노동절 [May Day, Workers’ Day, Labor Day, 勞動節]‘이란 명칭보다 근로자의 날이 우리에게 더 적절한 명칭인 것이다. 명칭은 사용하는 사람의 감정적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사전은 정확한 풀이가 우선이기에 기본적 의미를 먼저 풀이하여야 하고, 사람들의 감정적인 의미나 파생적인 의미는 기본적인 의미 다음에 풀이하여야 한다. 물론 시간이 흘러 의미가 변하면 기본적 의미가 바뀔 수 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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