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0.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7-20

'개 '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상사{사람이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전에 주인이라 사용하던 경우도 상사(上司, 윗사람)로 기술}에게 아랫사람이 충성하거나 성심을 다하는 것이 잘못은 아닌데도 상사가 못된 사람이면 그에게 충성하는 사람도 함께 욕을 먹게 된다.

사람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는 표현 중에는 개와 관련된 견마지로(犬馬之勞-자신의 노력의 겸칭), 견마지성(犬馬之誠-충성을 다하는 것), 견마지심(犬馬之心-성심을 다하는 것) 등이 있다. 사람들과 제일 가까이서 살아가는 짐승인 개가 주인에게 충실하고 주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으로 보이니까, 상사에게 맹종하는 사람을 가리켜 ‘00의 주구(走狗)’라고 한다. 주인 따라 달리는 개나 상사의 앞잡이로 활동하는 사람이나 같다고 본 것인데 이때 주구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욕설 중에도 개와 관련된 것이 많다. 우리는 욕할 대상을 짐승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욕에 쓰이는 대상인 짐승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개다. 그래서 만 들어가면 욕이 되는 것이니 개는 욕의 대상, 욕먹을 일이 많은 짐승이라는 것이다. 사실 개는 충성심의 상징이다. 또한 주인에게 제일 필요한 동물일 수도 있다. 그런 개를 폄하하여 () 같은 x’이라는 욕을 하니 개 입장에서는 사람 같은 개가 칭찬이 된다는 말이 된다. ‘사람보다 나은 개’, ‘사람과 같은 개도 있겠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이런 것이 개 본연의 모습도 아니거니와 개는 개일 뿐이 아닌가 한다.

 

그런가 하면 개()로 뜻풀이되지 않고 개()와는 별도의 접두사로 다루어지는 접두사 -’쓸모없고, 먹을 수 없고, 질이 나쁜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나리, 개살구, 개볼락, 개지네 등 수많은 사물에 -’ 파생어가 만들어져 쓰인다. 국어학자들은 접두사 -’가 개() 관련된 접두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개()처럼 의미는 부정적이다. 아마 처음 말이 만들어질 때는 ()와 관련되었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련성이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으나 어찌 됐든 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접두사 -‘의 부정적인 생각이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이 잘 쓰는 새로운 말 중에는 개 좋다, 개 크다, 개 멋지다와 같이 아주, 매우, 몹시와 같은 정도부사로 사용하는 도 있다. 이 말은 머지않아 사전에 등재어(신조어)가 될 것 같다. 이 말이 개()와 관련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개와 관련된 것이라면 요즘의 (’)는 애견가의 애완견이 아닌 가족으로 등극한 상태이니 앞으로 의 의미가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훗날 () 같은 사람이 가족과 같이 믿을 만한 사람의 의미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아직은 () 같은 사람은 욕이다.

 

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 주인을 따르는 착한 개를 욕하지 말라.



<사진 출처: 픽사베이>

                                  

 

 

트위터로 공유하기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이 기사 공유하기
전체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