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1.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7-20

 

너꺼, 너꺼내 것, 네 것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나의 소유물은 내 것, 나의 것이며 너의 소유물은 네 것, 너의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내 것, 네 것나꺼, 너꺼로 사용되고 있다. ‘나의, 너의를 나타내는 , 란 말이 잘 안 쓰이고 소유 주체인 , 에다 그냥 대신 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그간의 학자들은 표준어를 정하고 비표준어를 규범에 어긋난 것이라고 사용을 금지하였지만 이렇게 비표준어를 표준어 파괴니 한국어 훼손이니 하면서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규범주의에 사로잡힌 생각일 수 있다. 언어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라지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새로 만든 말에 밀려 죽은말[사어, 死語]이 되기도 한다. 죽은말은 예전에는 사용했지만 현재 사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언어 사용자는 언어를 사용할 때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를 옷이나 액세서리로 멋을 내 듯이 변형해 사용하는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다. 물론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격식적인 상황에서 재미있게 말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마는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들은 이런 언어 변형 사용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곤 한다.

우리가 예절을 논할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예절이 어디에 근거한 것이며 왜 지켜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면, 우리 문화는 항상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발전하지도 못하고 한 자리에 머물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어를 변형하고, 새로 만들고, 다른 나라 말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것은 모두 우리 국어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시키고,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어교육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치게 규범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규범의 일탈을 국어의 타락이라 여기면서 국어의 다양한 발전을 폄훼하는 것이다. 옷을 입을 때 어깨에 걸치던 옷을 허리에 두른다면 이는 어깨에만 걸치던 옷을 또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 다양한 용도로 옷을 착용하는 것이 된다. 모자를 뒤로 돌려 쓸 수도 있고, 옆으로 돌려 쓸 수도 있으며, 필요하면 저고리 소매를 길게 입을 수도 있고 짧게 입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다만 규범을 지켜야 할 격식적인 상황과 규범에 매이지 않을 수 있는 비격식적인 상황을 구별할 필요는 있다. 규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규범이 파괴된 언어 상황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언어의 문제나 예절의 문제나 법규의 문제나 상황에 적절하게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 규범은 언어 규범을 지킬 필요가 있을 때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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