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2. 이충우 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7-20

이밥과 입쌀’, ‘찰밥과 찹쌀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이밥은 입쌀로 지은 밥이고 찰밥은 찹쌀로 지은 밥이다.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찹쌀은 귀에 익어도 입쌀은 귀에 설 것이다.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이밥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북한에서나 사용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북한에서 이밥에 쇠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남한에 알려졌기 때문에 북한에서 쌀밥을 이밥이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밥입쌀로 지은 밥이며 [니밥-+]’에서 왔다고 기술돼 있다. 이팝나무의 꽃을 보면 이밥의 밥풀이 연상되고 실제로 이팝나무의 어원을 이밥으로 풀고 있다. 입쌀로 지은 밥은 색깔이 희기 때문에 흰밥이나 흰쌀밥으로 불렀다. 흰밥의 한자어인 백반(白飯)은 음식점에서 ‘(가정식) 백반이란 음식의 종류로 쓰인다.

 

찰밥은 찹쌀로 지은 밥이고, 우리도 경우에 따라 찰밥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찰밥을 명절 때 먹는 찰밥으로 풀이하여 찹쌀과 팥, , 대추, 검은콩 따위를 섞어서 지은 밥으로 풀이하였다. 그냥 입쌀 대신 찹쌀만으로 밥을 지으면 찰밥이다. 명절 때 속이 든든하게 먹으라고 입쌀보다 좋다는 찹쌀에 여러 잡곡을 넣어서 지은 밥이 명절용 찰밥잡곡밥인데 바탕이 되는 곡식이 찹쌀일 뿐이니 잡곡을 넣은 찰밥이다. 따라서 표준국어대사전의 찰밥에 대한 풀이는 찹쌀로 지은 밥, 명절 때 먹는 찹쌀과 팥, , 대추, 검은콩 따위를 섞어서 지은 밥으로 풀이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사전에서 잡곡밥입쌀에 잡곡을 섞어 지은 밥으로 풀이하였지만 입쌀로 지으나 찹쌀로 지으나 잡곡이 섞이면 다 같은 잡곡밥이다. 찰밥의 풀이인 찹쌀과 팥, , 대추, 검은콩 따위를 섞어서 지은 밥때문에 잡곡밥의 풀이도 불충분하게 되었다.

 

보리밥은 보리쌀로 지은 밥이고, 조밥은 좁쌀로 지은 밥이다. 이들 밥은 순전히 보리쌀이나 좁쌀로만 지은 꽁보리밥, 강조밥이 있는데 이들의 비표준어로는 강보리밥, 깡조밥이 있다. 입쌀이나 찹쌀에다 다른 곡식을 섞어서 밥을 지으면 그 섞인 비율에 따라서 명칭을 붙이는 게 아니라 주곡이 아닌 섞인 곡식의 이름을 따서 보리밥, 콩밥 등으로 부른다. 찹쌀보다는 입쌀이 주로 주곡으로 사용되고 찹쌀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되었으니 입쌀로 지은 입쌀밥을 이밥이나 흰밥, 흰쌀밥으로 불러 왔고 찹쌀밥은 찰밥이나 찹쌀밥으로 이밥과 구분하여 온 것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한 사람들은 쌀보다 싼 보리쌀로 밥을 지어 주식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밥과 쌀밥(입쌀밥), 보리밥(보리쌀밥), 조밥(좁쌀밥) 등으로 밥을 구분하였다. 이후 경제력이 향상되어 쌀값 부담이 줄어들어 이제는 일반적으로 모두 쌀밥이나 쌀에다 잡곡을 섞어 지은 밥을 먹게 되었는데 보리쌀이나 좁쌀에 지은 밥에 대한 연상이 적어지다보니 밥은 그냥 ()쌀밥으로만 연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밥을 ()쌀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일반인들에게 밥은 곡식의 낱알로 지은 밥(흰밥이나 흰쌀밥, 이밥, 찰밥, 보리밥, 조밥, 밀밥)이나 낱알이 크면 부수어서 지은 밥(옥수수밥-강냉이밥)의 의미가 주로 연상된다면 요즘 젊은이들 중심의 의 일반적 의미는 ()쌀로 지은 밥(이밥, 흰밥, 흰쌀밥, 백반)인 것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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