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3.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7-27

채소와 야채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채소(菜蔬)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한다.’라 기술했는데 원래는 채소 중에 야채, 산채, 해채가 있어 채소는 야채, 산채, 해채 모두를 아우른 말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채소가 인위적으로 재배한 것이고 주로 밭에서 기른 것이니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가 일반적인 의미에 충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북한의 조선말사전(과학원출판사:1990)”에서는 채소: <온갖 푸성귀와 나물>을 통털어 이르는 말, 푸성귀: <밭에서 가꾸는 채소와 들나물, 산나물>을 통털어 이르는 말, 나물:<식용으로 하는 풀, 나무 잎과 집에서 기른 콩나물> 등을 통털어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의 통털다는 우리말에서 통틀다.

채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산에서 나는 나물은 산채(山菜), 들에서 나는 나물은 야채(野菜), 바다에서 나는 나물은 해채(海菜)이며 모든 나물의 총칭은 채소(菜蔬)인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산나물, 산채라는 말은 사용하지만 해채나 수채(水菜)란 말은 들어 보기 어려운 말이다. 민물에서 나는 채소가 있다면 수채가 되겠지만 민물 속에서 자라는 일부 말 종류 이외에는 별로 식용 식물이 없을 뿐 아니라 양 또한 적으니 수채란 말을 쓸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국어사전에는 채소, 야채, 산채, 해채 등은 수록되어 있지만 수채는 보이지 않는다.

채소 중에서 제일 많이 자주 먹을 수 있는 채소는 당연히 사람이 밭에서 기른 채소이다. 산에서 채취해야 하는 산채나 들에서 채취해야 하는 야채는 인건비도 많이 들겠지만 다량으로 필요할 때 필요한 양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비경제적이다. 사람들이 제철에 밭에서 재배하거나 비닐하우스 같은 인공물 내에서 재배하는 것은 대부분이 들에서 자라던 식물인 야채에서 온 것들이며 농산물에 해당하고 이들을 파는 가게가 채소 가게인데 일부 사람들은 야채 가게라 이름을 지었다. 미역이나 다시마 등을 우리는 해채라 하지만 종류도 많지 않으니 그냥 김, 다시마, 미역 등으로 부르며 해산물에 해당한다.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출연자가 채소를 야채로 말하면 자막에서는 채소라고 고쳐서 방영하기도 하였다. 채소와 야채는 다른 의미이고 농장에서 기른 채소는 야채가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였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000 야채 가게’, ‘00야채즙등 채소라는 말을 야채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말이란 아무리 맞고 틀리고의 문제로 사용을 통제하려고 해도 말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익힌 명칭과 사물의 연상이 고쳐지지 않으면 자기가 편할 대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언어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라고 해서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사용하면 명칭도 의미도 바뀌게 되는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로 규범이나 정의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예전엔 벼슬을 하면 감투를 쓰니까 벼슬하는 것을 감투 쓴다고 말하였는데 지금은 벼슬을 해도 감투하고 상관없지만 감투 쓴다고 말하는 것이다. 잘못 사용하는 언어가 자주 쓰이면 새로운 규범, 의미가 되는 것이니 지나치게 언어생활을 통제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고, 크게 보면 맞는 일도 아니다.

 

말은 명칭과 의미는 이를 잘못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하기도 하고 특정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언어는 항상 변하는 살아있는 물체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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