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6.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9-06

정년(停年)을 정년(定年)으로 바꾸어 쓰면?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대부분의 직장에는 근무하는 사람이 일정 나이가 되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정년
(停年)이 있다. 일정한 나이가 되거나 한 직급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직하게 규정한 것이 정년이다. 정년을 맞이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실제 능력과 관계없이 직장을 떠나야 하니 마음이 섭섭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정년(停年)’‘(나이가 들어 능력이 떨어지니) 일을 그만두어야 할 나이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능력은 있으나 나가야 한다고 정해진 나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정년(定年)이라는 말을 만들어 바꾸어 쓰는 예도 있다. 그만 두어야 하는 나이라는 게 섭섭함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음에도 정해진 나이가 돼서 그만 둔다는 의미가 있다는 마음에서 나온 글자 바꾸어 쓰기(말 바꾸기)일 것이다.

 

정년(停年)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말이지만 정년(定年)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고, 사람들이 정년(停年)을 정년(定年)으로 바꾸어 사용할 뿐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한자의 의미를 이용해 만든 말이다. 이런 말은 사람들이 만든 한자어로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이 쓰면 하나의 단어로 사전에 등재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바로 정년(停年)과 정년(定年)의 의미가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停年)의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관청이나 학교, 회사 따위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나 직원이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하여져 있는 나이. 정한연령.”인데 ()’머무를(行中止) 정할(), 늦어질 정(延滯) 의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정년(停年)의 의미가 바로 정년(定年)이 의미한다는 정하여져 있는 나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정년(停年)의 정()더 이상 일할 수 없이 머무른다.”는 의미도 될 수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대로 정해진을 뜻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할 정(), 바를 정(), 편안할 정(), 고요할 정(), 그칠 정() 이다. 한자(漢字)는 글자가 달라도 의미가 같은 경우가 많아 한자(漢字) 한 글자가 여러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다른 한자(漢字)와 의미가 겹칠 수 있으며 한 글자도 여러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듯 머무를 정()’이나 정할 정()’이 둘 다 결정(決定)’의 의미로 쓰여서 서로 바뀐다 해도 의미가 같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바꾸어 쓸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한자를 잘못 썼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한자를 학습할 때 한자의 대표적인 의미만 기억한다. ‘아들 자()’의 경우는 아들, 자식, 종자, 당신, 어르신네, 임자(부부호칭), 자네, 사람, 벼슬이름, 첫째지지(: 자시), , 기를, 열매, 쥐 등의 의미가 있다. 여권운동가가 자궁(子宮)은 아들 선호의 명칭이니 포궁(胞宮)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는데 자궁의 자()는 아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女子)()’가 들어가고 의자(椅子), 공자(孔子)도 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한자의 여러 의미를 다 알지 못하고 사용할 경우 오해가 많을 수 있는 것이다.

 

*한자(漢字)의 풀이는 張三植(1985), 大漢韓辭典, 三榮出版社를 참조함.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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