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7.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19-09-06

염치없는 사람얌체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염치(廉恥)란 체면을 차릴 줄 알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우리는 염치가 없는 사람을 얌체라 한다. 염치와 얌체의 관련성을 알면 말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얌치마음이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를 말하며 어원은 염치다. 염치에서 얌치란 말이 나온 것인데 이 둘은 두 모음의 차이다. ‘, , , , , , 와 어감이 다르다. 앞의 모음을 양성모음이라 하고 뒤의 모음을 음성모음이라 하는데 양성모음은 날카롭고, 가볍고, 작고, 밝고, 빠른느낌이 들고, 음성모음은 둔하고, 무겁고, 크고, 어둡고, 느린느낌이 드는 소리다. 이들은 상징어(의성어와 의태어)에서 발갛다 : 벌겋다, 파랗다 : 퍼렇다, 아장거리다 : 어정거리다, 똑똑(떨어지다) : 뚝뚝(떨어지다)’에서 사람들이 어감 차이를 알 수 있다. 한자어 염치가 얌치로 바뀐 것이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의 어감 차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염치의 옛 한자 발음과 원래 중국의 한자 발음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얌체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누구는 얌치가 없다.’누구는 얌체다.’라고 말한다. 얌체가 얌치에서 온 말이니 염치에서 얌체가 생겼고 얌치에서 얌체란 말이 생긴 것이니 얌체는 염치에서 온 말이기도 하다. 염치에서 얌체가 생긴 말이라면 왜 가 없다는 말이 사라진 것일까? 염치가 없는 사람을 얌치(또는 얌체)가 없는 사람이라 하지 않고 그냥 얌체라 하는가?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절단 삭제라는 언어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 이름을 다 부르지 않고 서울대학교서울대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원주고등학교원고라 하고 대성고등학교대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의 특정 부분을 절단 삭제한 것이다. ‘얌치가 없는 사람얌치라 부르거나, ‘얌체를 나타내는 얌치를 원래의 얌치와 구분하려고 얌체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어도 다른 여러 나라의 말들처럼 다양한 언어의 변화가 나타는데 이를 어느 한 가지 이론만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어교육은 교육적인 성격을 고려하여 다른 이론이 적고 간결한 일반적인 이론을 채택하기 때문에 국어 현상의 기술과 설명에는 불완전함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며 이를 보다 더 완전하게 하도록 하는 노력은 언제나 필요하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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