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사람’과 ‘얌체’
이충우(국어교육학박사, 전 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염치(廉恥)란 체면을 차릴 줄 알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우리는 염치가 없는 사람을 얌체라 한다. 염치와 얌체의 관련성을 알면 말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얌치는 ‘마음이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를 말하며 어원은 염치다. 염치에서 얌치란 말이 나온 것인데 이 둘은 ‘ㅑ’와 ‘ㅕ’ 두 모음의 차이다. ‘ㅏ, ㅑ, ㅗ, ㅛ’는 ‘ㅓ, ㅕ, ㅜ, ㅠ’와 어감이 다르다. 앞의 모음을 양성모음이라 하고 뒤의 모음을 음성모음이라 하는데 양성모음은 ‘날카롭고, 가볍고, 작고, 밝고, 빠른’ 느낌이 들고, 음성모음은 ‘둔하고, 무겁고, 크고, 어둡고, 느린’ 느낌이 드는 소리다. 이들은 상징어(의성어와 의태어)에서 ‘발갛다 : 벌겋다, 파랗다 : 퍼렇다, 아장거리다 : 어정거리다, 똑똑(떨어지다) : 뚝뚝(떨어지다)’에서 사람들이 어감 차이를 알 수 있다. 한자어 염치가 얌치로 바뀐 것이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의 어감 차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염치의 옛 한자 발음과 원래 중국의 한자 발음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얌체는 ‘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누구는 얌치가 없다.’를 ‘누구는 얌체다.’라고 말한다. 얌체가 얌치에서 온 말이니 염치에서 얌체가 생겼고 얌치에서 얌체란 말이 생긴 것이니 얌체는 염치에서 온 말이기도 하다. 염치에서 얌체가 생긴 말이라면 왜 ‘–가 없다’는 말이 사라진 것일까? 염치가 없는 사람을 얌치(또는 얌체)가 없는 사람이라 하지 않고 그냥 얌체라 하는가?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절단 삭제’라는 언어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학교 이름을 다 부르지 않고 ‘서울대학교’를 ‘서울대’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원주고등학교’를 ‘원고’라 하고 ‘대성고등학교’를 ‘대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의 특정 부분을 절단 삭제한 것이다. ‘얌치가 없는 사람’을 ‘얌치’라 부르거나, ‘얌체를 나타내는 얌치’를 원래의 ‘얌치’와 구분하려고 ‘얌체’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어도 다른 여러 나라의 말들처럼 다양한 언어의 변화가 나타는데 이를 어느 한 가지 이론만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어교육은 교육적인 성격을 고려하여 ‘다른 이론이 적고 간결한 일반적인 이론’을 채택하기 때문에 국어 현상의 기술과 설명에는 불완전함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며 이를 보다 더 완전하게 하도록 하는 노력은 언제나 필요하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