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9. 이충우박사의 국어교실

관리자 승인 2020-04-11

     감기도 등급이 있다

       -고뿔감기(感氣)감환(感患)-

 
                                                                                이충우 (국어교육학박사, 전관동대학교 사범대학장)

         
 

감기(感氣)에도 계급이 있다면 사람들은 감기의 증상에 등급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볍게 앓는 감기, 중등도 증세의 감기, 심한 증세의 감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면 이를 등급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감기를 국어의 입장에서 다루면 감기라는 말도 대상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는 고뿔을 앓고, 어른은 감기가 걸리고, 어르신은 감환(感患)’이 드신다는 식으로 달리 표현되는 것이다. 여기서 들거나, 걸리거나, 앓는다는 말은 등급이 없는 것 같지만 고뿔이나 감기나 감환은 분명하게 말의 계급이 있는 것이다. 우리 국어에서 고유어와 한자어가 쓰이는 경우 그 대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 연령, 연세사내, 남자, 남성과 같이 고유어, 한자어, 높임의 의미가 있는 한자어(한자 경어)’와 같은 경우다. 고유어가 한자어보다 등급이 낮게 인식되는 현상이 있는 것이다.

 

고뿔이란 말은 요즘은 덜 쓰이는 말이지만 필자가 어렸던 1950년대나 1960년대에는 자연스럽게 쓰였으며, 아이들에겐 감기란 말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병명으로는 감기가 그 때나 지금이나 쓰이고 있다. ‘고뿔은 고유어로서 고어(古語) ‘곳블에서 변한 것이며 이는 코에서 콧물이 나고 열이 나는 데서 비롯한 명칭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어학자들 중에는 고뿔[]와 불[]로 이루어진 것으로, 격음화현상에 의해 로 변했으나 고뿔에서는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며, ‘은 원순모음화현상에 의한 ㅡ → ㅜ로 변하고 경음화현상 ㅂ → ㅃ으로 변하여 고뿔이 되었다고 본다.

감기(感氣)는 한자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일 것으로 본다. 고유어의 의미를 고려하여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어로 만든 것이 한국 고유 한자어이다. 이에는 채독(菜毒), 감기(感氣), 신열(身熱), 고생(苦生), 도령(道令), 사돈(査頓), 진사(進士), 생원(生員), 편지(片紙) 등이 있다(심재기, 국어어휘론, 집문당, 1981: 48쪽 참조).

감환(感患)은 감기란 일반적인 명칭을 사용하기에는 감기 걸린 대상이 존귀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특별히 사용하는 말이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사어(死語)가 되겠지만 아직은 국어대사전에서 높임말로 처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라고 하는 질환에도 증세의 세기에 따라 일반인의 입장에서 등급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독한 감기는 독감(毒感)’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일반 감기도 증상에 따라 가벼운 증상의 콧물감기[코감기], 조금 심한 목감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며, 몸살감기, 감기몸살, 약한 감기 등으로도 나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독감은 의학 용어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하여 일어나는 감기. 고열이 나며 폐렴, 가운데귀염, 뇌염 따위의 합병증을 일으킨다.=유행성 감기.’로 풀이될 수 있다. ‘지독한 감기독감의 주된 의미이고 전문적으로 쓰일 때는 유행성 감기가 부차적(副次的) 의미인 것이니 독감은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사용되는 다의어(多義語)인 것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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