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fast는 eat 했구?

관리자 승인 2018-03-10

Breakfast는 eat 했구?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를 마치고=

                                                                                                                     
한은숙 (일본어 봉사자)



어휴∼ 지난 5개월간 내 입에서 쉼 없이 나온 근심과 한숨 소리다. 지난해 9월 강원도 올림픽 자원봉사센터로부터 혹 지역봉사자에서 일본어 통역봉사자로 바꿔서 활동할 수 있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무모하게 해 보겠다고 대답한 뒤부터 강릉시 문화센터 강좌, 강릉대학교 강좌, 또 개인적으로 일대일 지도를 받으며, 일본어 능력의 한계를 철저하게 깨달아 가며 올림픽을 맞았다.

머릿속에는 길안내, 식당 안내, 티켓 구입 등 상황 일본어를 넣어 두었다. 필요한 모든 앱은 휴대폰에 저장하고 몇 번씩 사용해 보았다. 올림픽 안내 책자를 여러 번 정독하고 필요한 정보를 메모해 두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지역 주민이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타지인과 외국인에게 내가 아는 지역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배치받은 곳은 올림픽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올림픽 아트 센터 앞이었다. 첫 번째 만난 일본인은 NHK 기자였는데 고맙게도 한국말을 잘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가볍게 첫 안내를 하였다. 북한 예술단 방문과 IOC 총회 등 큰 행사를 곁에서 지켜보며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이런! 11일 일본관광객 세 분이 흥분한 상태로 방문하였다. 천천히 말해도 알아듣기 어려운데 흥분하여 한 번에 세 명이 각자의 말을 하니 아무 말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나를 본 눈치 빠른 일본관광객이 앱을 꺼내들어 내게 보여 준 키워드는 ‘휴대폰’, ‘훔치다’, ‘경찰’, ‘신고’... 사태를 파악하고 그들을 부스로 안내한 후 내가 아는 간단한 단어를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 를 물어보니 몇 개의 단어가 귀에 들렸다. 오늘 아침과 서울이라는 단어. 장소를 물어보니 셋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시르로아무 찌무지르방’이라 한다. 여긴 또 어디지?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입장권을 보여 주었다. 서울에 있는 ‘실로암 찜질방’이었다. 이제 퍼즐이 풀렸다. 어제 서울에 있는 찜질방에서 자고 오늘 강릉에 내려왔는데 휴대폰이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전화하니 두 개의 휴대폰이 보관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이 일본인이 찾는 휴대폰인 것을 확인하였다. 남자카운터에 보관을 부탁한 뒤 내일 아침에 올라가서 찾으라고 짧은 일본어로 안내하였다. 돌아온 반응은 내 손을 꼭 잡고 ‘아리가도 고자이마스......’ 드디어 한 건했다. 나는 문득 어느 교수님 부부가 생각났다. 외국인 사위를 본 교수님은 머릿속에서 말을 만드느라 정작 사위와 한 마디도 못하는데 사모님은 Breakfast는 eat 했구?로 시작하여 사위와 30분 이상 대화를 한다던 말씀. 언어는 의사소통임을 확인하였다. 그 날 이후로 나와 우리 팀은 자신 있게 수많은 내외국인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부스 길 건너 매표소 앞으로 진출하여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안내하였다. Breakfast는 eat 했구?’ 식의 언어가 통하기 시작하였다. 도움이 되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다. 어떤 언어로 물어도 우리팀은 웃으며 다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청각 장애인 부부에겐 수화센터에 문의하지 않고 필담으로 정보를 제공하였고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캐나다부부에게도 외국인 전용 셔틀을 이용하여 앱에서 예약하고 숙소까지 갈 수 있도록 안내 하였다. 캐나다부부에게 Thanks very much!!! 소리를 들었고 우리팀 전원은 캐나다 국기가 있는 배지도 선물로 받았다. ‘감사합니다~’, ‘아리가도 고자이마스~’, ‘땡큐~’ 우리가 들은 수많은 감사의 말이 우리를 기운나게 하였다. 설날, 서울에서 내려온 딸들을 마중나간 강릉역에서 포스트잇을 흔들던 시카고에서 온 아가씨를 숙소까지 태워주기도 하였다. 포스트잇에는 ‘ 라카이로 가 주세요. 돈 드릴게요’라고 써 있었다. 정말 유쾌하고 값진 경험을 하였다. 어쩌면 Breakfast는 eat 했구?Did you have Breakfast?보다 더 괜찮은 언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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